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인력 감축에 나선다. 취임 후 처음 시행되는 구조조정이다. 보험업계의 불황이 그만큼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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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
교보생명은 조만간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보험업계 관계자들이 8일 전했다.
아직 구체적 구조조정 실행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과장급 이상 직원들 위주로 희망퇴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교보생명 일반 직원 중 약 60%가 과장급 이상이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실무자가 적고 관리자는 너무 많은 인적 구조 불균형과 승진 적체 개선방안으로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 방법과 시기 및 규모는 조율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신 회장이 취임한 2000년 이후 처음 진행되는 대규모 인력감축이다. 그동안 교보생명은 매년 15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약 50명 규모의 희망퇴직만 받았다.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신 회장이 수익성 악화에 맞서 구조조정을 선택했다고 본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이익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주로 투자하는 채권은 금리가 낮을수록 수익성이 떨어진다. 2000년대 초 대량판매했던 높은 수치의 고정금리 상품도 부담이다.
재무구조가 튼튼한 것으로 알려진 교보생명도 불황의 파도를 벗어나진 못했다. 보험료를 운용해 얻은 이익을 보여주는 운용자산이익률이 3년째 감소하고 있다. 2011년 3월 5.8%이었던 이익률은 지난해 9월 5.0%까지 떨어졌다. IMF 직후인 2009년 3월(5.2%)보다도 낮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신상품이 나와도 예전보다 이익률이 절반밖에 안 나온다”며 “교보생명은 되도록 모든 인력을 끌어안고 가는 문화이나 결국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의 이번 결정으로 국내 3대 생명보험사는 모두 인력 감축을 발표한 셈이 됐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이미 본사 인원 1천 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2위인 한화생명도 20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16일까지 전직지원 신청을 받았다. 교보생명이 뒤를 이으면서 중소 보험사들도 인력 감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위기를 피하는 방법은 보험료를 높이거나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며 “보험료 인상은 쉽지 않아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직원을 줄이는 것은 단기 대책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인력 구조조정만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금융업계 전문가는 “저축성 보험이 포화상태이고 저금리가 이어져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게 만들 요인이 줄어들었다”며 “현재 생명보험사가 맞이한 수익성 위기는 단순한 구조조정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