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팬오션, 다시 주인 찾는다  
▲ 김유식 팬오션 대표가 지난해 12월30일 서울 팬오션 본사에서 새 CI를 발표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팬오션이 기사회생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 49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09년 이후 이어지던 적자의 고리를 끊었다. 경영상태가 나아지면서 지난해 무산됐던 기업매각 절차도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팬오션은 1분기 매출액 3499억 원과 영업이익 497억 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올린 1조602억 원보다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기간 영업손실 786억 원에서 벗어나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650억 원 손실에서 369억 원 이익으로 돌아섰다.

팬오션은 기업회생절차 신청 9개월 만에 흑자 전환이라는 성과를 이뤘다. 팬오션은 STX그룹 계열사인 ‘STX팬오션’이었다. 그러나 기업부실이 커지면서 지난해 3월 공개매각에 나섰으나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그해 6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인수포기를 선언했다.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후 STX그룹에서 분리돼 지난 1월 회사 이름을 바꿨다.

팬오션의 흑자 전환에는 벌크선 업황 개선이 큰 영향을 미쳤다. 벌크선운임지수(BDI)는 올해 초 2000 이상으로 갑자기 뛰었다. 벌크선운임지수는 원자재와 곡물을 운반하는 벌크선 시장상황을 보여주는 지수다. 이것이 올라갈수록 기업들이 벌크선을 더 많이 이용하는 셈이다.


벌크선운임지수가 높아질수록 팬오션의 이익도 커진다. 팬오션은 현재 130여 척의 벌크선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많은 수를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단기계약 형태로 빌려준다. 한 관계자는 “벌크선운임지수가 300씩 올라갈 때마다 영업이익은 1천만~2천만 달러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장기용선 계약부담을 털어낸 것도 수익에 도움이 됐다. STX팬오션 시절 체결한 장기용선 81척의 용선료(배를 사용하는 기업이 선주에게 지불하는 사용료)는 총 33억 달러에 이른다. 팬오션 관계자는 “계약에 따라 용선료를 계속 지급했다면 손실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오션은 기업회생절차를 차근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가받은 회생계획안에 따라 자산매각에 들어갔다. 현재 선박 20척을 팔아 1억5천만 달러를 확보한 상태다. 연수원과 부산사옥 등 추가 자산매각도 검토중이다. 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화주(화물주인) 기업과 거래도 재개했다. 10년 이상 적자만 기록했던 컨테이너사업 부문도 올해 처음 영업이익을 내 힘을 보탰다.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팬오션이 계속 실적이 좋을 경우 지금 추진하고 있는 기업매각 작업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내다본다. 법원은 지난 3월 팬오션 매각 주관사로 삼일PwC회계법인을 선정하고 오는 6월 다시 매각 공고를 낸다.


아직 팬오션 인수에 공식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포스코와 현대차 등 대량 화물 화주기업의 참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정부가 대형 화주기업의 해운사 인수 허용을 담은 ‘인수합병 활성화 방안’을 지난 3월 발표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 발표로) 지금까지 있던 ‘대형 화주기업의 해운사 인수제한’ 규제는 사문화됐다”며 “팬오션과 직간접적 관계를 맺었던 기업들의 러브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