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가 종이상품권(지류) 중심으로 진행되던 기존 지역화폐사업을 모바일과 선불형 카드로 다변화하고 있다.
화폐와 여권 발행이 줄어드는 데 따른 조폐공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지역화폐사업이 떠오른다.
1일 조폐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역화폐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추세에 대응해 하반기 안에 지역화폐 상품라인에서 모바일 비중을 확대하고 선불카드도 새로 추가하기로 했다.
조폐공사에서 발행하는 지역화폐의 상당부분은 종이상품권이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전에도 매달 발행되던 종이상품권 수만 3300만 장에 이르렀고 현재는 1억 장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선불카드의 잠재적 수요 역시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정부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긴급 재난지원금을 주면서 구별로 쓰이는 지역화폐 상품권과 선불카드를 지급수단으로 활용했다.
서울시의 별도 재난지원금은 5월17일까지 전체 2107억 원 사용됐는데 이 금액의 70% 이상이 선불카드로 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때문에 ‘언택트(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지역화폐시장에서 모바일의 비중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폐공사 관계자도 “모바일 지역화폐를 향한 지자체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모바일사업팀이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폐공사의 협력으로 발행된 경기도 시흥시의 모바일 지역화폐 ‘모바일시루’는 5월11일 기준으로 최근 4개월 동안 296억 원 규모가 발행됐다.
이 금액은 모바일시루가 2019년 2월 첫 선을 보인 뒤 8개월 동안 발행된 전체 금액 276억 원보다 20억 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조폐공사도 모바일 지역상품권의 수수료율을 7월부터 1년 동안 발행액의 1.7~1.9%에서 0.3%로 낮추기로 하는 등 사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선불형 카드와 모바일 형태의 지역화폐는 종이상품권 형태의 문제로 지적돼 왔던 불법 현금화, 이른바 '깡'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조용만 조폐공사 사장도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모바일과 카드형 지역상품권은 사용이 편리하고 본인 인증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깡’과 같은 불법유통을 막을 수 있다”며 “지자체가 관리하기도 쉬워 도입하는 곳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폐공사는 지역화폐사업 다변화를 통해 화폐사업 매출의 하락세와 여권 관련 사업의 업황 악화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폐 발행은 조폐공사의 기존 사업이었지만 비대면금융 확산 등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조폐공사는 2007년 전체 매출의 62%를 화폐사업에서 거뒀지만 2019년에는 화폐사업 비중이 21%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 발행은 조폐공사의 쏠쏠한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조폐공사는 2019년 전체 수익의 16.8%를 전자여권 발행에서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줄면서 여권 발행 관련 수익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