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증권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부 출신 박봉권 대표이사를 영입하는 등 외부위탁운용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박 대표는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을 하며 매년 연간 목표수익률을 달성한 '기금운용 실력자'로 알려졌는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1천조 원대로 성장할 외부위탁운용시장 경쟁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31일 교보증권 관계자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외부위탁운용시장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작년부터 외부위탁운용 시장에 나설 준비를 해왔다.
외부위탁운용은 기관의 보유 자산을 투자전문집단이 대신 운용하고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외부위탁운용시장 규모는 200조 원대다. 아직까지는 문턱이 높아 증권사 가운데서는 규모가 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KB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최근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민간기관 운용규모가 늘어나고 특히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 그 규모가 1천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 교보증권과 같은 중소증권사에게도 문호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교보증권은 지난해부터 외부위탁운용시장 진출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왔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말 외부위탁운용시장이 활성화된 호주에 방문해 현지 대형 자산운용사, 퇴직연금협회 관계자 등을 만나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3월에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출신 이찬우 전 국민대 특임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박봉권 대표는 2월에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12년 동안 계속된 김해준 대표이사 단독체제를 끝내고 각자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이런 변화를 두고 교보증권이 외부위탁운용시장에 나서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왔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박 대표는 국민연금공단 재직기간에 채권 200조 원, 주식 18조 원을 운용했는데 성과가 목표수익률에 못 미친 경우가 한 해도 없었다고 한다.
외부위탁운용은 1건마다 그 규모가 큰 만큼 입찰경쟁에 들어가면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챙기는 일이 빈번하다.
실제로 3월 총 28조 원대 자금이 걸린 고용노동부 기금 운용사 선정과정에서 입찰에 참여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의 대표들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교보증권의 외부위탁운용관리시장 진출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시장 기회가 열리면 참여할 계획을 세워 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시행되지 않은 만큼 인력선발 등 구체적 시행단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20대 국회에서 퇴직연금을 국민연금처럼 기금형으로 운용하는 법안과 적당한 투자대상을 자동으로 지정해주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쟁점법안들에 밀려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