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역사를 돌아보면 삼성이 한 단계 도약해 오르는 순간에는 항상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화두’가 있었다. 삼성에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할 때마다 그는 강력한 화두를 던져왔다. 그리고 이 회장의 한 마디에 삼성은 변화했다.


  삼성의 DNA를 바꿔온 이건희 화두  
▲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주재로 열린 회의에 임원과 해외 주재원 등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다.

신경영 선언, ‘질적으로도 1등’ 삼성 만들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오늘날 ‘세계속의 삼성’을 있게 한 결정적 계기로 꼽히는 1993년 ‘신경영 선언’이다. 1993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수출상품 현지비교 평가회의에 참석했던 이 회장은 매장 한쪽에 방치된 삼성 가전제품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이 회장은 ‘이대로 있으면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리고 그해 6월 이 회장은 독일 푸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회의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란 말로 유명한 신경영 선언을 했다. 핵심은 생산량이 아닌 생산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선언은 구호로 끝나지 않았다. 신경영 발표 이듬해인 1994년 삼성은 휴대전화 신제품을 내놨지만 불량률이 10%를 넘을 만큼 품질이 문제였다. 이에 이 회장은 1995년 시중에 풀린 불량 휴대전화 15만대를 모두 수거해 임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소각했다. 그리고 그해 8월 삼성의 휴대폰 애니콜은 국내 시장에서 정상에 올라섰다.


‘양 위주의 경영’에서 탈피해 ‘질 위주의 경영’을 추구하면서 세계시장에서의 위상도 달라졌다. 삼성이 만드는 제품 중 ‘세계1위’의 상품은 총 9개다. 점유율과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볼 때 1992년 이미 1위를 차지했던 D램을 제외한 스마트폰, TV 등은 모두 신경영 이후 월드 베스트 상품이 됐다.


소프트웨어 강화 ‘인재’에 답 있다


신경영 선언 이후에도 이 회장은 끊임없이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강조해왔다. 매년 신년사는 물론이고 사장단 회의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2006년 6월 신경영선언 10주년을 기념해 이건희 회장이 주재한 사장단 회의에서 이 회장은 ‘인재 경영’을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 이보다 앞서 2002년 5월 열린 연석회의에서도 이 회장은 “차세대 수익 사업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해결책은 알고 있다”며 “바로 5년, 10년 뒤 미래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능력의 핵심 인재를 뽑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당시 이 회장은 ‘1만명의 천재가 수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인재 경영’은 삼성의 약점이었던 원천기술력과 브랜드파워 등 소프트웨어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이 회장의 대책이었다. 이 회장은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제조 기술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나 핵심 원천기술이나 지적재산권, 브랜드 파워 등은 미국, 일본 등에 밀린다고 보고 소프트웨어의 중심인 ‘두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사장단에 당부한 것이었다.


그해 삼성은 1000명 이상의 석·박사급 핵심 인력을 추가 확보 계획을 밝히고 CEO를 포함한 경영진이 미국, 일본, 중국 등을 돌며 직접 인력유치에 나섰다. 이 결과로 삼성의 연구·개발(R&D) 인력은 2003년 2만3000명에서 2012년 6만명으로 늘었다. 또한 2015년에는 서울시 우면동에 삼성전자 R&D센터가 완공될 예정이다. 이 센터가 완공되면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 1만여 명이 근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