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기인 여름을 앞두고 방역에 힘을 쏟고 있다.

경기 북부 및 강원도 접경지역 양돈농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방역대책에 비해 피해 농가를 위한 소득보전방안이 미흡하다며 실력행사에 나설 움직임을 보여 김 장관은 큰 부담을 안고 있다.
 
돼지열병 방역 강화에 양돈농가 소득보전 요구, 장관 김현수 부담 커져

▲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10일 양돈업계 및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대한한돈협회는 11일 정부의 과도한 방역대책과 미비한 피해 양돈농가 보상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무기한 1인시위와 천막농성에 들어간다.

양돈농가의 요구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키우던 돼지를 살처분한 양돈농가가 다시 사육돼지를 기를 수 있도록 하는 재입식 허용 등 방역 규제완화와 피해농가에 관한 경제적 지원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축전염병예방법과 시행령을 재개정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 장관은 양돈농가의 재입식 허용 등 방역 수위를 낮춰달라는 요구에 여지를 두지 않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육돼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사전 차단과 격리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4월29일 서울 여의도 잠사회관에서 열린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요소를 막기 위해서는 격리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안정화가 안 되면 재입식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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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는 1일 경기·강원 북부지역에 차량과 사람을 통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를 막기 위해 모든 축산차량의 농장 출입금지라는 강경책도 내놨다.

다만 사육시설 안에 내부 울타리를 설치해 차량과 접촉을 차단했을 때는 사료·분뇨·가축운반 차량의 출입을 허용했다.

농가들은 사육시설 구조와 부지의 한계 때문에 내부 울타리를 설치할 수 없는 곳이 많다며 전형적 탁상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양돈농가는 재입식 제한 등 규제조치를 풀 수 없다면 피해농가의 소득보전방안 등을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태식 한돈협회장은 4월29일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김 장관에게 “한계에 도달한 양돈농가들에게 재입식에 관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경제적 부분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부터 기존의 6개월이던 생계안정자금 지급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늘리는 등 여러 차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피해농가들을 위한 경제적 지원책도 마련해왔지만 양돈농가의 반응은 차갑다.

특히 양돈농가는 5일부터 시행된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피해농가를 향한 소득보전이 미흡하다며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개정된 시행령이 영업손실 등에 관한 보상 없이 주로 폐업농가에 관한 지원책을 규정해 양돈농가의 폐업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폐업지원금 규모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바라본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폐업지원에는 축사시설 잔존가치와 철거비용 등이 포함돼있지 않다”며 “영업손실이나 폐업지원에 따른 지원금액이 턱없이 너무 작아서 현실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양돈농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원칙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장관은 4월29일 ‘ASF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하태식 한돈협회장의 긴급 소득안정자금 지원 요청에 “한계농가들의 생계문제는 고민해 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획기적 방법이 나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 국내 양돈산업의 가장 큰 숙제는 7~8월 고비를 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식품부 관계자는 폐업지원금 규모 등이 부족하다는 농민들의 주장을 놓고도 “정부가 순수익 보전 등 폐업 때 지원하는 사업이 다른 분야에는 없다”며 “정부는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예산을 사용할 텐데 다른 분야에는 없는 사업을 도입하면서 농·축산분야에만 더욱 지원을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대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