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만에 다시 0%대로 내려앉았다.
4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로 2019년 4월보다 0.1%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기준연도인 2015년 지수를 100으로 삼고 이를 기준으로 물가변동을 측정해 산출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년 12개월 연속으로 0%대에 머물다 2020년 1∼3월에 1%대로 올라섰지만 4월 다시 0%대로 떨어졌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외식서비스 수요가 줄어든 데다 석유류 제품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고교 무상교육 실시로 공공서비스 물가까지 하락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 가격은 2019년 4월보다 1.8% 상승했다. 코로나19로 가정 내 식재료 수요가 늘면서 수산물은 8.1%, 축산물은 3.5% 각각 올랐다.
반면 공업제품은 0.7% 하락했다. 특히 승용차 가격은 차종별로 1~3%가량 내렸다.
석유류 가격은 국제 유가 하락 영향으로 6.7% 떨어져 전체 물가상승률을 0.28%포인트 끌어내렸다.
4월 서비스 물가상승률은 0.2%에 그쳤다.
특히 외식 물가는 가격 상승요인이 많은 시기임에도 2019년 4월과 비교해 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공공서비스는 1.6% 하락해 전체 물가상승률을 0.23%포인트 끌어내렸다. 4월부터 고교 2학년까지 무상교육이 확대하면서 고교 납입금이 64.0% 줄어든 영향이 컸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외환위기 시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만든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0.3% 상승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0.3%를 보인 것은 1999년 9월 이후 20년7개월 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도 지난해보다 0.1% 오르는 데 그쳤다. 1999년 12월 0.1%를 보인 뒤 20년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통계청은 낮은 근원물가 상승률이 고교 무상교육과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효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로 소비패턴이 변하면서 식사, 여행 위주로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외식 수요가 줄어서 외식 물가상승률이 낮았고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크게 하락한 점과 고교 무상교육으로 공공서비스 물가가 하락한 점이 낮은 물가상승률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