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성 기아자동차 사장이 기아차를 맡자마자 코로나19라는 악재를 감당해야 해 어깨가 무겁게 됐다.
기아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당분간 해외에서 판매를 늘리는 게 어려워졌는데 송 사장은 카니발 스포티지 등의 상품성 개선모델을 서둘러 내놓으며 내수 판매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송호성 기아자동차 사장.
29일 기아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코로나19 탓에 기아차가 믿을 건 내수뿐이란 말이 나온다.
기아차의 주요시장으로 꼽히는 북미와 유럽에서 코로나19로 2분기에 자동차 판매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 서유럽 주요 국가의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한 점에 비춰볼 때 자동차 판매 감소는 4월이 가장 극심할 것이며 5월 이후에도 ‘V자 반등’보다는 점진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기아차의 2분기 세계 판매량이 2019년 2분기보다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아차는 2020년 1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북미 36.5%, 유럽 21.7%, 국내 21% 등의 지역별 매출비중을 보인다.
송 사장은 해외에서 판매 부진을 내수 판매로 만회하기 위해 카니발 등 신차 카드를 서둘러 빼들 수도 있다.
기아차는 애초 7월경 카니발의 완전변경(풀체인지)모델을 6년 만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카니발은 해마다 6만 대 넘게 팔리는 인기모델인 데다 2019년 기아차의 내수 판매량에서 12.2%를 차지할 정도의 핵심모델이다. 신차를 내놓는다면 기아차 전체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더욱이 기아차가 2019년 내놓은 K7, 셀토스, K5 등 여러 신차들이 시장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으며 기아차의 제품 경쟁력을 향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높아진 만큼 기대 이상의 신차효과를 거둘 공산도 크다.
실제로 기아차는 올해 1분기에 국내 판매량이 늘어난 덕분에 해외 판매량 감소세를 일부 만회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기아차의 올해 1분기 해외 판매량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2.7% 줄었지만 국내 판매량은 1.1% 늘었다. 세계적으로는 1.9% 줄었다.
신차 출시가 코로나19로 어긋난 노조와 관계 개선에도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기아차는 코로나19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국내 공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신차를 내놔 가동률을 높인다면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노조의 불만도 줄일 수 있다.
노조원들로서는 생계에 지장을 받는 일인 만큼 공장 가동과 관련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한 가지 사례로 기아차 노사는 수출 부진에 따른 국내 공장의 가동중단 협상에서 실질임금 하락과 관련해 이견을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송 사장은 기아차에서 유럽시장과 수출전략을 오랜 기간 담당해 ‘유럽 전문가’이자 ‘전략 전문가’로 불리지만 당분간 내수 판매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송 사장은 3월27일 실시된 현대자동차그룹 임원 수시인사에서 박한우 전 사장의 뒤를 이어 기아차를 이끌 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완성차기업의 가치사슬과 글로벌 사업운영에 이해도가 높아 기아차의 중장기 미래전략인 ‘플랜S’를 속도있게 추진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플랜S는 전기차로 패러다임 전환 등을 뼈대로 하는 기아차의 미래 청사진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