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대승으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에 힘을 받게 됐다.

촛불정권을 자임하며 권력개혁과 경제정책을 펼쳐가는 데 번번히 국회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아쉬움을 꼽씹었는데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최소한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이 확실하면서 그동안 족쇄에서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국정운영 힘받는다, 경제 살리지 못 하면 대선 부메랑

문재인 대통령.


그러나 이번 총선이 코로나19 경제위기를 이겨내라는 국민적 요구의 반영인 만큼 앞으로 경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대통령선거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15일 오후 10시30분 개표 현황 기준으로 민주당은 제21대 총선에서 지역구 150여 석 수준, 비례대표 17~21석을 획득해 170여 석 안팎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방송3사 등 주요 매체의 출구조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단독 과반인 153~177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에 중요하게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후반기 국정운영은 탄력을 받을 게 확실하다.

총선을 앞두고 국내에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을 향한 지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부의 정부의 방역조치가 해외 각국에서 연이어 모범사례로 꼽히는 등 호평을 받으면서 악재가 호재로 변했다.

그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리얼미터 주간집계 기준으로 3월부터 긍정 평가가 부정평가를 앞질렀다. 총선 직전인 4월 2주차에는 긍정평가가 54.4%로 2018년 11월 1주차 이후 최고치까지 올랐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과 함께 민주당의 지지율도 오름세를 보였다.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3월 4주차에 올해 최고치인 45.0%까지 상승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뒤 임기 내내 법안 처리는 물론 국무위원 임명 등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모든 국정운영에서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왔다.

국회 내 의석 구도가 민주당이 단독으로는 사실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에서 123석을 차지해 1당이 되기는 했지만 과반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이 때문에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 등 문 대통령의 핵심공약을 추진하는 데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이 참여하는 '4+1' 협의체를 가동해 간신히 국회 의결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 국정수행 동력을 얻는 만큼이나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됐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있는 데 재신임을 보내면서 경제회복에 힘을 몰아주겠다는 민심이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앞으로 국민의 기대에 걸맞는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 한다면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에서 유예된 정권심판이 더욱 거세질 것이고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도 이번 총선 뒤 경제 살리기에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제일 먼저 준비하고 맞이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국민들께서 한마음이 돼 달라”며 “정부는 거대한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는 능동적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단독 과반을 훌쩍 넘기게 되면 문 대통령이 추진했던 개헌 불씨도 되살아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 대선에서 2018년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또 범진보진영이 180석도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치권에서 개헌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런 상황은 문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개헌 논의가 불붙게 되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게 돼 경제 살리기에 역량을 집결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