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키덜트, 커지는 키덜트시장  
▲ 프라모델 전시회를 관람중인 어른들

‘키덜트’가 늘고 있다. 키덜트는 키드(kid·아이)와 어덜트(adult·어른)의 합성어다. 키덜트 트렌드는 20~40대의 어른들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여러 향수를 잊지 못하고 그 경험을 다시 소비하고자 하는 현상을 말한다.

키덜트가 늘면서 덩달아 키덜트시장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충분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키덜트를 겨냥한 제품들도 넓어지고 있다. 프라모델, 무선조종 자동차, 애니메이션 캐릭터 제품 등이 주요 키덜트 상품이다. 최근 의류와 화장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키덜트의 특징은 유치할 정도로 천진난만하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키덜트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아직 성숙하지 못한 어른’ 같은 부정적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능동적으로 삶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긍정적 시각으로 바뀌고 있다.

20~30대 직장인의 30%는 스스로를 키덜트라고 생각한다는 조사도 있다. 이는 각박한 현대사회의 삶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성을 향유함으로써 정서적 안정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저녁에 곰돌이인형과 마주앉아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스스로 원하는 세상을 레고블럭으로 만든다. 또 영화에 나온 영웅캐릭터들이 자신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들의 프라모델에 열광한다. 이런 행위는 심리적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 연간 5천억으로 성장한 키덜트시장

국내 키덜트시장의 규모는 연 5천억 원 정도다. 이 가운데 캐릭터제품의 비중이 18.2%로 910억 정도를 차지한된다. 이미 키덜트시장이 발달돼 있는 일본은 6조 원, 일본보다 더욱 발달한 미국은 약 12조~15조 원에 이른다.


아이파크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키덜트상품 매출이 전년동기에 비해 35.9% 늘었다. ‘건담'의 프라모델은 전년동기보다 72.2% 증가했다. G마켓도 피규어·캐릭터상품 판매가 2012년보다 77% 늘었다고 밝혔다.

최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과 '레고무비' 등이 차례로 개봉해 인기를 얻으면서 관련상품의 매출이 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 11번가의 경우 겨울왕국이 개봉한 후에 주인공 캐릭터 '엘사'의 베이비돌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면서 개봉과 동시에 품절됐다고 한다.

  늘어나는 키덜트, 커지는 키덜트시장  
▲ 겨울왕국 베이비돌, '맥'에서 출시한 헬로키티 화장품, 어른을 겨냥한 레고

또 겨울왕국 캐릭터 관련 모든 상품의 매출이 영화 개봉 전과 비교했을 때 180% 늘었다. 소셜커머스회사들은 이런 추세를 반영해 '디즈니 베이비돌' 시리즈를 해외직구로 들여와 팔고 있다.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프 등도 올해 들어 경쟁적으로 키덜트를 겨냥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티몬이 어린이 완구로 유명한 레고 제품을 선보이면 쿠팡도 유명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을 내놓는 식이다.

레고시리즈 상품의 경우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66%에 이른다. 레고시리즈 판매량은 1년 전보다 4~6배 이상 증가했다.

키덜트들 사이에 장난감상품들이 인기를 끌자 소셜커머스기업들은 수십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애니메이션인 '심슨' 관련 제품은 30만~50만 원 가격대에 이른다.

키덜트들의 이런 소비행태는 의류와 화장품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랜드의 곰 캐릭터 캐주얼의류 ‘티니위니’는 애초 20~23세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출시됐다. 하지만 이제 20대 후반의 직장인으로 고객층이 넓어졌다.

특히 티니위니는 중국진출 4년 만에 연매출 1천억 원을 기록하며 현지 키덜트들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 밖에 ‘디즈니골프’ ‘MU스포츠’ ‘블랙앤화이트’ ‘먼싱웨어’처럼 미키마우스 강아지 고양이 등의 동물 캐릭터가 그려진 캐릭터의류도 인기를 얻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맥'은 '헬로키티'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립스틱, 콤팩트, 아이새도우 등에 헬로키티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데 20대 대학생뿐 아니라 30대 키덜트에게도 인기를 넓혀가고 잇다.

◆ 키덜트시장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

업계는 키덜트를 겨냥한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20~40대 키덜트들은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정서적 안정을 찾으려는 소비형태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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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에 인기를 끌고 있는 티니위니 제품들

키덜트시장의 주타깃은 20~30대다. 특히 키덜트시장은 싱글족의 증가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싱글족은 전체 인구의 25.3%를 차지한다.

이들은 취미생활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레고 수집이 취미인 한 20대 후반의 여성은 "하나씩 구매해 집에 전시해 놓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월급의 일부를 취미생활에 쓰는 것이어서 계속 레고를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기업들이 키덜트 코드에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는 이유는 키덜트들이 늘고 있고 이들이 가치소비의 최전선에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키덜트제품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으려는 사람이 느는 것도 키덜트시장의 빠른 성장을 전망하게 하는 요인이다. 경쟁과 스트레스가 가득한 생활에서 벗어나 재미를 찾으려는 현대인들의 일탈심리와 향수, 소비문화가 맞물려 키덜트제품에 대한 욕구가 늘고 있다. 또 각박한 일상을 벗어나 키덜트상품들을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느끼며 정서적 안정을 얻기도 한다.

한 취업포털이 20~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0.4%가 키덜트문화에 ‘긍정적’이라고 대답했다. 또 20~30대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스스로 키덜트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키덜트문화를 즐기는 게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는지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83.6%나 됐다. 도움이 되는 부분으로 스트레스 해소(57.4%), 정서적 안정(46.1%), 여가시간활용(38.3%), 창의력 향상(36.5%) 등이 높은 비중을 보였다.

한 전문가는 “경제적인 여유가 뒷받침되면서 능동적 재미와 여가활동을 추구하는 20~30대 키덜트 직장인이 늘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유아적 놀이문화에 대한 회귀본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키덜트제품의 장점은 어른과 어린이들 모두 좋아하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처음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고 이들과 같이 했던 계층의 나이가 많아지면서 시장이 넓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