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 성공해 디지털 전환과 해외사업 진출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1년 연임에 성공하면서 NH농협금융지주의 경영 안정성을 확보했다.
13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 회장의 연임에는 NH농협금융지주의 경영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긴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금융권 안팎의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최고경영자의 교체보다는 그룹 사정을 잘 아는 김 회장의 연임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였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금융업의 특수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물갈이인사를 단행하면서 농협은행장은 교체했지만 김 회장의 연임을 통해 균형점을 찾았다는 시선도 있다.
이 회장은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으로 지내면서 2012년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과정에서 감사를 맡은 적 있어 역대 농협 회장과 달리 금융업의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의 완전자회사다. 농협중앙회장은 금융지주의 임원후보 추천위원인 금융지주 비상임이사(조합장)를 통해 회장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NH농협금융지주가 거둔 실적도 김 회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NH농협금융지주는 김 회장이 취임한 이후 2년 연속으로 순이익 1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금융지주가 출범한 뒤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 때문에 실적만 놓고 보면 김 회장의 연임에 무리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김 회장의 연임은 앞서
손병환 NH농협은행장이 선임되면서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한 측면이 있다. 손 은행장은 은행장에 선임되기 전 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일하며 김 회장과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김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농협금융의 핵심전략으로 디지털과 글로벌을 꼽아왔다. 농협금융의 핵심 계열사 대표로 디지털과 해외사업 부문에 강점이 있는 손 은행장이 선임되면서 이런 경영전략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시선이 늘었다.
김 회장은 주력 자회사인 NH농협은행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NH빅스퀘어’를 고도화해 은행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보험, 증권 등 농협금융 차원의 시너지사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NH농협은행 산하 ‘NH디지털혁신캠퍼스’를 통해 인공지능·블록체인·클라우드 등 4차산업혁명 분야의 핀테크기업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 디지털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시대의 변혁 앞에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찾을 기회인 동시에 생존전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글로벌사업에도 힘을 실어 왔다. NH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보다 해외진출이 늦어 후발주자로 꼽힌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2025년 글로벌사업부문에서 순이익 1600억 원을 내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기반을 다지고 있다.
김 회장은 2월 농협금융 ‘글로벌전략협의회’에서 “올해를 글로벌 사업의 새로운 도약기로 삼아야 한다”며 “단기적 성과만 바라보고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금융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내실을 다지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 중국 궁샤오그룹, 미얀마 투그룹, 베트남 아그리뱅크 등과 합작, 지분투자, 범농협 공동사업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사업기회를 검토하고 있다.
NH농협캐피탈은 인도비료협동조합(IFFCO)과 조인트벤처(JV)를 꾸려 현지 농기계 구매·담보대출사업에 진출했다.
NH농협은행은 호주 ‘IB(투자은행) 시장’ 진출을 비롯해 중국 베이징과 홍콩, 베트남 호찌민, 인도 뉴델리 등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글로벌사업은 중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만큼 김 회장의 연임으로 업무 연속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임기는 2021년 4월28일까지다. 역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김용환 전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연임에 성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