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박근혜 코드' 맞추기  
▲ 신동빈 회장, "롯데, 잘 부탁드려요"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신동빈 롯데 회장이 '박근혜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 그 출발은 '여성인재 챙기기'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들어 "사정기관이 이명박 정부 최고의 수혜자인 롯데에 칼날을 겨누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말들이 재계 안팎에서 나왔는데, 그동안 몸낮추기를 하다 '박근혜 코드 화답'을 통해 다시 기지개를 켜는 것으로 분석된다.

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최근  열린 여성의 잠재력 활용을 강도높게 주문했다. 그는 "여성 인력을 상품개발, 마케팅 관련 주요 회의에 반드시 참석시키라"며 ""기업이 미래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성 인재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여성 고객의 비율이 많은 롯데는 사업의 특성상 여성의 섬세한 감각으로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를 면밀히 살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실제로 계열사의 주요 현안을 보고 받고 사업방향을 설정하는 등 주요 의사 결정을 하는 자리에 여성 인력이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라며 "여성 인재의 잠재력을 활용하고 여성 중간관리자들이 조직 내 핵심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주요 회의에 여성 인력을 반드시 배석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지시했다.

롯데 측은 신 회장의 지시에 따라 2006년부터 여성 인재 채용을 꾸준히 늘려왔으며, 이번 발언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성 간부사원의 경우 2008년 95명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말에는 여성 임원 4명을 포함해 총 689명으로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신 회장의 주문이 단순히 '인재등용에 대한 판단'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박근혜 코드'에 본격적으로 맞추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롯데는 이명박 정부에서 가장 많은 수혜를 얻은 기업으로 꼽혔다. 제2롯데월드, 맥주, 면세점, 고속도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족족 OK사인을 받았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 들어 사정기관의 칼날이 롯데를 향할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또 롯데도 잔뜩 긴장했다. 특히 삼성 아이파크 헬기 충돌 사고가 터지면서 롯데가 사운을 걸고 추진해온 제2롯데 문제가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암초를 만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도 나왔다. 형제 간에 지분 경쟁이 나오면서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제시한 '경제 민주화'의 타겟이 롯데에 쏠릴 것이라는 얘기에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실제로 고강도 세무조사도 실시되었다.


신 회장의 발언은 결국 '여성 인재 등용'을 강조해 이런 상황의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1년 동안 숨을 죽였지만,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도 후퇴 조짐을 보이는 등 숨을 쉴 여유가 생긴만큼 '박근혜 코드'를 맞춰가도 된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많은 기업들은 인사에서 여성을 강조하며 '박근혜 코드'에 맞추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여성경제활동 참여 확대는 국가경쟁력강화 필수요건"이라며 여성의 경제활동을 강조해왔다. 삼성은 총 15명의 여성 임원 승진을 통해 역대 최대 수치를 보여주었고, LG전자는 5년 만에 여성 임원을 배출했고, GS그룹 역시 사상 최초 공채 출신 여성임원을 내놓았다. 공기업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공사는 금녀의 벽을 깨고 홍보실장에 여성을 앉히고, 석유공사도 2급 탐사기술처장에 여성을 팀장으로 승진시켰다. 수출입은행도 승진 절반을 여성으로 채웠다.

박 대통령 코드 맞추기 외에 신 회장이 한국인으로써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보여주고자 했던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은 한국말을 거의 못한다. 신격호 회장의 3명의 부인 중에서 두 번째 부인인 시게메스 하스코 사이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일본에서 태어나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까지 모두 일본에서 나왔다. 미국MBA를 졸업 후 노무라증권을 거쳐 줄곧 일본에서 근무하였다.


신 회장은 작년 법정에서 부족한 한국어 실력이 여실히 드러냈다. 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뒤, 항소할 계획이 있느냐에 대해서 “업스미다”, 앞으로 국회 출석에 대해서는 “선시리 임하겠다”고 말해, 도대체 한국인이 맞냐는 구설에 올랐다. 롯데는 올해 신년사도 신동빈 회장이 아닌 93세 신격호 총괄회장이 발표했는데,  신 회장의 부족한 한국어 실력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또 신 회장은 이중 국적으로 병역을 기피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35세까지 일본과 한국의 이중 국적을 유지하다 41세 때 한국 국적 회복을 신청했다. 국내법상으로 이중국적자는 35세까지 병역의무를 지는데 병역 의무를 지지 않기 위해 그 이후에 국적을 신청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