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NH농협은행에 따르면 2019년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1조5171억 원을 거둬들이며 최대 실적을 냈다. 2018년보다 24.1% 증가한 수치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각각 2018년보다 1.6%, 2.0% 오르는 데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손실 충당금 전입액이 67.7% 낮아진 효과로 보인다.
신용손실 충당금 전입액은 은행이 부실 우려가 있는 대출금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 항목이다.
신용손실 충당금 전입액이 크게 감소한 것은 집행된 대출의 부실 우려가 줄고 부실채권들이 회수됐다는 뜻이다. 신용손실 충당금 전입액 감소는 NH농협은행의 순이익에 환입되는 효과를 냈다.
이대훈 은행장이 자산 건전성 제고에 무게를 둔 체질 개선을 추진한 것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NH농협은행 안팎에서 나온다.
이 은행장은 2019년 2월 리스크에 노출된 금액(익스포저)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올해 1월에는 기업여신 부실화 위험을 미리 점검하고 효율적 전수감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새 감리시스템’ 개편을 끝마쳤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2018년 0.89%에 이르던 NH농협은행의 고정이하 여신(NPL)비율이 2019년 말 0.58%까지 떨어졌다”며 “시중 주요 은행의 고정이하 여신비율 평균인 0.4%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전체 여신 가운데 고정이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로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여신은 연체기간 등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나뉘는 데 고정이하(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평가된 여신은 부실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불량채권 비율이 낮기 때문에 자산 건전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지난해 자산 건전성 제고와 순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한 점도 이 은행장이 아쉬워할 만한 대목이다.
순이자마진이 감소했다는 것은 은행의 주 수익원인 이자이익의 기반이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순이자마진은 이자수익과 이자비용과의 차이를 말한다. 이자수익자산 운용수익에서 이자비용부채 조달비용을 뺀 뒤 이자수익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지난해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으로 은행의 예대마진이 줄어들어 신한은행, KB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하락세를 보였는데 NH농협은행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NH농협은행의 순이자마진은 2019년 3분기 1.74%에서 1.52%로 0.22%포인트 빠졌다. 신한은행은 0.07%포인트,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0.06%포인트, 우리은행은 0.03%포인트 감소했다.
경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더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대출금리를 높일 수는 없는 만큼 순이자마진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NH농협은행의 순이자마진 감소는 일회성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NH농협은행이 4분기 새 회계기준(IFRS15)을 도입하면서 신용카드 이자수익이 비이자수익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농협금융은 카드 계열사를 따로 두지않고 NH농협은행의 사내분사 형태로 카드사를 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과 카드의 순이자마진을 합쳐 은행의 순이자마진으로 나타낸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이 일회성요인으로 작용한 만큼 올해 1분기부터는 다른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은행장으로선 이자수익을 올리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적극적 상품 개발을 통해 비이자수익을 높여야 하는데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나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 등으로 소비자 보호가 강조되고 있어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비이자수익을 내는 것이 과제이긴 하지만 최근 소비자보호가 강조되고 있어 적극적으로 상품 개발 및 판매에 나서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공무원이나 농촌의 고령고객이 많은 농협은행의 특성상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