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중국 디스플레이기업 BOE의 애플 공급사 진입 시도에 긴장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중소형 올레드(OLED, 유기발광 다이오드)를 기반으로 올레드사업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데 중소형 올레드의 주요 고객인 애플이 새 공급사를 선정하면 LG디스플레이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BOE가 2021년부터 애플에 아이폰용 올레드패널을 공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BOE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스마트폰용 올레드패널을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애플은 아이폰에서 올레드패널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기존의 주요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올레드패널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레드패널을 채용한 스마트폰이 2020년 6억 대에 이를 것으로 바라봤다. 2019년과 비교해 46%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증가하는 올레드패널 비중 대비 제한되는 생산능력에 따라 2022년에는 공급부족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다른 공급사인 LG디스플레이에서 더 많은 올레드패널을 받는 일도 쉽지 않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부터 애플에 올레드패널을 공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충분한 물량을 생산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이 추산한 중소형 올레드패널 생산량을 보면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매월 2만3천 장의 패널 원장을 생산했다. 매월 41만7천 장을 생산한 삼성디스플레이와 비교해 훨씬 적다.
애플로서는 올레드패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BOE 등 새 공급사를 검토할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실제로 BOE도 2021년 ‘아이폰13(가칭)’ 시리즈에 올레드패널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기존 올레드 공장에서 신규 생산라인 구축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LG디스플레이는 BOE의 애플 공급사 진입이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LCD(액정 디스플레이)사업을 올레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 LG디스플레이 영업손실 규모는 1조3590억 원에 이른다.
이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 등 올레드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일을 당면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도 최고경영자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중소형 올레드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BOE가 애플 공급사에 합류하면 LG디스플레이는 BOE와 ‘파이’를 나누게 돼 올레드사업 실적 개선에서 속도를 내기 어려워진다.
김소원 연구원은 2021년 애플이 올레드패널을 적용한 아이폰 1억5천만 대를 출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LG디스플레이가 2천만 대, BOE가 1천만 대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BOE의 중소형 올레드패널 생산량이 LG디스플레이를 능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BOE가 애플로부터 더 많은 일감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BOE는 2019년 기준 매달 5만1천 장가량의 중소형 올레드패널을 생산한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 생산량의 2배 이상이다.
물론 애플이 공급사 선정에 까다로운 만큼 BOE가 애플 납품을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만은 없다.
BOE는 지난해에도 애플에 아이폰용 패널을 공급하려 했지만 품질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BOE의 중소형 올레드패널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이 아직 40% 수준에 머무른다고 본다.
다만 대형 디스플레이기업인 BOE가 지속해서 애플 납품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기존 공급사는 애플과 패널 공급가격 등을 협상하는 데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