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이 대림산업의 2020년 배당성향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배당을 확대하기보다 미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투자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해욱 '뚝심', 대림산업 주주가치 요구에 배당확대보다 투자에 ‘올인’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최근 증권사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한 2019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배당 확대보다 중장기 기업가치 확대를 위한 투자를 늘리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올해 계획을 내놨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넘는 실적 호조에도 배당을 늘리는 대신 석유화학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올해 미국 라텍스 전문기업 카리플렉스 인수, 미국 석유화학단지 투자, 여수 석유화학단지 증설 등을 포함해 모두 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미국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에는 향후 5년 동안 현금 2조 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에 민감한 건설업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진입장벽이 높은 석유화학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해 매출처를 다변화하고 안정적 투자처를 확보하기 위한 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올해 3월 임기가 끝나는 사내이사에 재선임되기 위해 주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는 대림산업 최대주주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52.3%를 통해 대림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지만 대림산업을 향한 지배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대림산업 지분구조는 대림코퍼레이션 21.7%, 국민연금공단 12.79%, 외국인투자자 48.7% 등으로 이뤄져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배당 확대 요구과 함께 이 회장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 등을 들어 재선임 안건에 반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은 배당 확대보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다만 실적이 좋은 데도 배당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은 점을 놓고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시선이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10대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 원을 넘은 데다 순이익도 6800억 원으로 2018년보다 소폭 늘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2019년 3분기 기준 2조8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배당성향(전체 배당금을 그해 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2018년 10.2%로 대우건설과 호반건설을 제외한 10대 건설사 평균인 16.8%보다 낮다. 2016년 4.4%에서 해마다 점진적으로 배당성향을 확대하긴 했지만 주주기대를 충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정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애초 예상보다 배당 확대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점은 아쉬운 요소”라고 바라봤다.

지난해 일정에 비춰볼 때 대림산업은 2월 말쯤 이사회를 열고 2019년 실적에 관한 배당금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당금 안건은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배당과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