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해양이 영업 재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완전한 부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성동조선해양을 인수한 곳에서 당분간 신조(새 선박의 건조)시장의 복귀 대신 선박 블록 제작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성동조선해양의 도크.
성동조선해양의 완전한 부활은 다른 조선사로부터 하청의 성과에 달려있는 셈이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의 매각작업이 이달 안에 모두 끝난다.
성동조선해양을 인수한 HSG중공업-큐리어스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아직 2천억 원가량의 인수금액 가운데 90%를 납부하지 않았는데 이 잔여금의 납부기한이 2월이다.
HSG중공업-큐리어스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자금조달 증빙계획을 통해 자금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잔여금의 납부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성동조선해양도 무사히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다만 성동조선해양이 선박 건조를 재개하는 것은 아니다.
인수주체인 HSG중공업 측에서는 성동조선해양이 당분간 선박 건조가 아닌 선박 블록의 제작만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의 통영조선소 근처 거제에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조선소가 있으며 울산의 현대중공업도 통영조선소와 거리상 아주 멀지는 않다. 이 대형조선사들을 중심으로 선박 건조를 진행하는 조선사들의 하청을 받겠다는 것이다.
이는 성동조선해양의 선박 건조시장 복귀가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에 달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로서 전망은 나쁘지 않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3사의 주요 먹거리인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은 이미 2023~2026년 인도 계획이 세워진 카타르, 모잠비크,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프로젝트 단위의 발주건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글로벌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2026년까지 60척 안팎의 LNG운반선이 꾸준히 발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의 차순위 선박인 액체화물운반선(탱커)도 업계의 발주 호조 기대감이 높다.
클락슨리서치는 2020년 액체화물운반선의 톤마일(화물 톤수와 마일을 곱한 화물 수송량의 단위)가 지난해보다 5.6%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데 현재 글로벌 조선사들의 액체화물운반선 수주잔고에 따르면 올해 선복량 증가율은 4.3%다. 대충 1.3%포인트의 초과 수요가 발생하는데 이는 2010년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액체화물운반선의 수요과잉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액체화물운반선은 글로벌 조선사들의 수주잔고와 글로벌 선사들의 선복량 비율이 8%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역대 최저점 수준이다.
액체화물운반선 수요는 많은데 조선사의 수주잔고가 적은 만큼 선주들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올해 선박을 발주하기 유리한 상황이다.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최선의 대안으로 평가받는 LNG추진선도 한국 조선사들이 설계 및 건조 기술에서 글로벌 톱티어로 평가받는다.
성동조선해양으로서는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 확대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기에 충분한 셈이다.
HSG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의 선박 건조시장 복귀를 서두르지 않는 것은 매각작업을 4차례 진행하는 동안 숙련인력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성동조선해양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글로벌 수주잔고 5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으며 6천 명 이상의 직원이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동조선해양 노동조합에 따르면 현재는 600여명의 인력이 교대로 무급휴직을 하면서 설비 유지에 필요한 최소 인력만이 근무하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선박 블록의 제작은 전체 선박의 건조보다 설계와 건조의 난도가 낮아 비교적 비숙련 인력이라도 작업 수행이 가능하다”며 “성동조선해양이 선박 블록 제작소로서의 역할부터 재개하겠다는 것은 중형조선소들이 수주가뭄을 겪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올바른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