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당권을 놓고 손학규 대표와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며 바른미래당이 새로운보수당에 이어 2차로 쪼개질 위기에 놓였다. 

다만 바른미래당 의원들 사이에서 분당이 초래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 안 전 대표 측과 손 대표 측 사이 중재가 지속해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안철수, 손학규와 갈라서 바른미래당 쪼개 신당 세우나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28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바른미래당의 당권을 넘기라는 안 전 대표의 요구를 손 대표가 거부해 안 전 대표가 독자 신당 창당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래 세대를 주역으로 내세우고 안철수와 손학규는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자”며 “당을 살리려면 (안 전 대표도) 헌신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 전 대표가) 개인회사 오너가 최고경영자(CEO)를 해고 통보하듯 일방적으로 (퇴진) 통보를 하리라고 상상도 못했다”며 불쾌감을 보였다.

안 전 대표가 27일 손 대표를 만나 바른미래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비대위원장을 맡겠다고 제안했는데 손 대표가 이를 다음날 공식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안 전 대표가 귀국 기자회견에서 공언한 것처럼 실용적 중도정치를 내세운 독자적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내에서 당이 나뉘는 게 유리하지 않다는 주장이 여전히 많아 의원들이 안 전 대표와 손 대표를 중재해 합의를 꾀하는 움직임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권파와 안철수계 의원을 막론하고 손 대표체제에서 바른미래당이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호남 민심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돌아간 상황에서 그나마 전국적 인지도를 지닌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간판으로 나서줘야 총선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법 개정안 통과로 거대 양당을 제외한 군소정당의 비례대표 의석 확보 가능성이 높아지며 인지도가 높고 고정 지지층을 지닌 안 전 대표의 가치가 더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바른미래당의 지역구 의원은 7명으로 이 가운데 5명은 호남에서 당선됐다. 나머지 13명은 비례대표 의원이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의원 7명 가운데 권은희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비례대표다.

바른미래당 소속 주승용 국회부의장은 안 전 대표와 점심식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희 중진의원들은 가급적 그렇게(독자 신당으로) 가는 건 좋지 않다고 (안 전 대표에게) 말했다”며 “손 대표를 물러나게 하고 외부에서 통합을 원하는 세력을 영입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로서도 따로 독자 신당을 만드는 것보다 바른미래당을 통해 총선을 치르고 다음 정치행보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

4월15일 총선까지 시간도 많이 남지 않은 데다 독자 신당을 만들어 선거 준비를 하려면 노력도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자원과 조직이 준비된 바른미래당에서 총선을 지휘하는 게 효율적이다. 

안 전 대표가 손 대표의 기여도를 어느 정도 인정해 줘 당권 일부를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인 임재훈 의원은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손 대표가 보수통합 연대에 바른미래당를 포함시키려는 유승민 전 공동대표의 뜻을 저지해 중도적·실용적 개혁노선을 지키며 총선에서 약진할 수 있는 정치적 터전을 마련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줄 필요는 있다”고 바라봤다.

임 의원은 “안 전 대표와 손 대표가 다시 대화해 당이 깨지지 않는 상황을 만들고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 모두가 승리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