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자제 움직임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노선을 집중해온 터라 2003년 사스 사태보다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항공사들은 중국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그동안 비중을 확대해온 중국과 동남아시아 여객이 감소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항공사들은 중국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그동안 비중을 확대해온 중국과 동남아시아 여객이 감소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우한 폐렴은 2020년 1월 중국에서 사람 사이 전염이 확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세계적으로 빠른 확산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하며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한국과 중국을 잇는 항공편의 운항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중국당국이 우한 공항 항공편의 운항불가를 결정함에 따라 해당 노선을 운휴하기로 했고 에어서울은 한발 더 나아가 인천~장자제 노선과 인천~린이 노선의 운항을 모두 중단했다.
제주항공은 부산~장자제 노선을 29일부터, 무안~장자제 노선은 30일부터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고 이스타항공도 30일부터 2월29일까지 청주~장자제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한 폐렴은 초기에 기침 등으로 쉽게 전염될 가능성이 있어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한 중증급성 호흡기 증후군(사스)보다 전파력이 더 크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 당시 사스는 세계 17여 개 국가로 퍼졌으며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에서 높은 비율로 감염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업계에서는 국내 항공사들이 2019년 일본여행 자제 움직임으로 이 나라들의 노선 비중을 늘려와 사스처럼 우한 폐렴이 확산하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저비용항공사가 늘어난 데 더해 일본여행 자제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경쟁이 격화돼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노선 편중이 심화된 상태라 우한 폐렴에 따른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항공사의 중국 노선 매출비중을 살펴보면 대한항공은 13%, 아시아나항공은 19%을 차지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2019년 하반기부터 상대적으로 운항거리가 짧은 동남아시아 노선의 비중을 높여 왔다.
2019년 3분기 저비용항공사들의 동남아시아 노선의 비중을 살펴보면 제주항공은 30%, 진에어는 44%, 티웨이항공은 37%를 차지한다.
항공업계에서는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수요뿐만 아니라 국내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수요까지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2003년 사스 사태 당시 우리 국민의 중국 출국자 수는 194만5500명을 보이며 전년 대비 8.4%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2003년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입국자 수도 475만3604명로 2002년보다 11.1% 감소했다.
항공업은 안전에 민감한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2003년 사스 발생 당시 위축된 해외여행심리는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적으로 보였다.
2003년 사스 발생 당시 우리 국민의 출국동향을 살펴보면 3월 –5%, 4월 –41%, 5월 –34%, 6월 –10%를 기록하며 4개월 동안 감소세를 이어갔다.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입국동향도 3월 –10%, 4월 –28%, 5월-39%, 6월 –26%, 7월 –18%를 기록하는 등 11월까지 9개월 동안 감소세를 나타냈다.
증권업계에서는 우한 폐렴의 전염성이 높아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 사태 때보다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03년 사스 확산 이슈가 발생한 뒤 2주일 동안 대한항공 주가는 37%,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10% 하락했다”며 “이번 우한 폐렴의 전염성이 사스보다 높아 환자 수나 감염국가 수가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항공사들이 방역활동을 강화하고 향후 재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우한 폐렴은 별다른 치료제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천재지변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며 “일단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방역활동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2000년대 들어 사스, 메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등 항공업계에 영향을 주는 재해가 발생하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면서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위해 재난 매뉴얼을 강화하고 재해보험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