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20-01-12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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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재생사업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상가 내몰림) 발생 가능성을 조례 제정으로 우선 차단하는 데 힘쓰고 있다.
12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국 지자체들은 도시재생의 ‘그림자’로 불리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례 제정과 상생협약 확대 등에 힘을 싣고 있다.
▲ 서울 익선동 지역의 전경.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 개발이나 상권 활성화로 주거비와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기존 주민이나 상점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도시재생은 낙후된 구도심의 핵심시설에 주변 지역을 연계해 복합개발하거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만큼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기 쉬운 조건을 갖췄다.
민간 도시재생의 대표사례로 꼽히는 서울 익선동이 국토연구원의 연구결과 젠트리피케이션 진행 4단계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경계’ 수준에 놓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되면 도심의 특색과 기존 주민의 생활권 보장이라는 도시재생의 기존 목적을 벗어나게 된다. 되살아난 상권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다시 약화되는 사례도 생긴다.
대구 대봉동 상권이 ‘김광석 거리’ 조성 등의 도시재생사업으로 크게 활성화됐다가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가게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위축된 사례도 있다.
이진희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도시재생 뉴딜처럼 일정 지역에 재원이 쓰이는 도시정책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역의 변화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고 봤다.
이를 고려해 지자체들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최소화하는 내용의 조례를 속속 제정하고 있다. 2019년 10월 기준 전국 지자체 44곳이 관련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이 조례 대다수는 지역상권 보호와 주민협의체 구성, 상생협약 체결과 상생협력상가 조성 등을 담고 있다. 서울시 성동구가 2015년 9월 전국 최초로 관련 조례를 체결한 선례를 따랐다.
성동구 조례를 보면 젠트리피케이션 예상지역을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해 지역 생태계나 지역상권에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상점의 입점을 주민이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임대료를 갑자기 대폭 올리는 방식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촉발할 가능성이 생기면 주민 차원에서 문제를 먼저 차단할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성동구청 공무원들이 건물주들을 일일이 찾아 설득한 결과로 지속가능발전구역의 건물주 70%가 임대료 인상 자제 등에 합의하는 상생협약에 참여하기도 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성동구의 젠트리피케이션 진행단계는 2018년 기준 ‘초기’로 서울 평균을 밑돌았다. 도시재생으로 상권이 크게 활성화된 성수동이 포함된 결과인데도 그렇다.
국회와 정부도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을 뒷받침할 법안과 규정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0년 1월 의결된 지역상권 상생법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활성화구역을 지정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개별 지자체가 활성화구역의 관리감독을 맡는다.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에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선제적 대응이 추진과제로 들어가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자체 상생협약의 표준안을 마련해 내놓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도시재생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은 일정 부분 나타나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부정적 효과가 지나치게 커지는 점이 문제”라며 “도시재생을 추진할 때부터 젠트리피케이션 가능성을 고려해 정부와 지자체가 계획과 관리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