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이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 신약 허가신청을 앞두고 시장성과 품목허가 가능성을 막판 저울질하고 있다.
리보세라닙을 위암 대상 3차 치료제로 허가신청을 한다면 시장성은 확보하지만 허가를 받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반면 4차 치료제로 신청한다면 허가 가능성이 올라가지만 시장규모는 작아진다.
1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엘비가 올해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에 리보세라닙의 신약 허가신청을 하면서 어떤 치료제로 신청할지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현재 하반기 품목허가 승인을 목표로 3월에서 4월 사이에 미국 식품의약국에 리보세라닙의 신약 허가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리보세라닙은 지난해 9월 발표한 임상3상에서 중요 지표인 전체생존기간 수치가 대조군보다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지만 암 진행 없이 생존한 기간인 무진행생존기간 등 다른 지표에서 우수한 차이를 보였다.
이에 따라 임상 성공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진 회장은 “임상3상은 3차와 4차 치료환자, 즉 위암 말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며 임상3상이 성공이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진 회장은 신약 허가신청을 위암 대상 3차 치료제로 할지 아니면 4차 치료제로 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어떤 치료제로 신청하느냐에 따라 리보세라닙의 품목허가 가능성과 시장성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에이치엘비가 미국 식품의약국과 임상3상 결과를 바탕으로 사전미팅을 끝낸 뒤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발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리보세라닙을 3차 치료제로 신청한다면 품목허가를 받을 가능성은 떨어진다.
리보세라닙이 임상3상에서 경쟁약인 론서프보다 환자가 치료를 시작한 뒤부터 사망에 이르는 시간인 전체생존기간이 뒤처졌기 때문이다.
다만 승인을 얻는다면 리보세라닙이 3세대 항암제인 만큼 2세대 항암제인 론서프의 매출을 잠식할 수 있다. 3차 치료제는 현재 일본 다이호약품의 ‘론서프’가 유일한데 2018년 기준으로 매출이 3300억 원 정도이다.
반면 4차 치료제로 신청을 하게 된다면 품목허가 가능성이 3차 치료제 때보다 올라가지만 시장성은 장담할 수 없다.
4차 치료제는 위암 환자가 암 진단을 받고 나서 1차와 2차, 3차 치료제가 모두 효과가 없을 때 처방을 받기 때문에 시장성에 한계가 있다.
리보세라닙이 4차 치료제로 판매된다면 3차 치료제로 판매됐을 때의 50% 매출인 1500억 원가량의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이 4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더라도 시장성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자신한다.
에이치엘비는 4차 치료제로의 허가 가능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3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게 된다면 조건부 허가나 추가 임상도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13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미팅이 예정돼 있다”며 “미팅에서 상황을 파악하게 되면 3차 치료제냐 4차 치료제냐 하는 논란이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