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오른쪽)이 1월7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노조원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선임에 반발해 출근을 방해하는 IBK기업은행 노조의 반대운동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여 기업은행 경영에도 차질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윤 행장이 취임 뒤 첫 과제로 안고 있는 기업은행 조직개편과 임원인사 시기를 앞당기며 노조의 반발에 정면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윤 행장은 8일에도 기업은행 본점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금융연수원에 임시로 마련한 별도 사무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윤 행장이 3일 취임한 뒤 본점으로 출근하려 했지만 매번 기업은행 노조의 방해를 받아 들어가지 못했고 노조와 협상 시도에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윤 행장은 인수인계 등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며 새로운 경영계획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윤 행장을 임명한 청와대의 사과와 재발 방지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며 총선이 열리는 4월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윤 행장 선임 결정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은 만큼 노조의 반대운동이 장기화하며 기업은행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은행장 선임권한을 들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청와대가 오랜 고심 끝에 윤 행장을 예상보다 늦게 임명한 만큼 기업은행의 인사와 조직개편 시기도 늦어질 공산이 크다.
기업은행은 일반적으로 1월 중순경 조직개편과 정기인사를 실시한다.
IBK투자증권과 IBK연금보험, IBK시스템 등 계열사의 대표이사 임기도 2019년 12월에 만료됐지만 기업은행장 선임이 늦어졌고 노조의 반대도 이어지고 있어 인사 시기가 불투명하다.
하지만 윤 행장이 노조 반발을 의식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대신 대규모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실시하고 시기도 최대한 앞당겨 정면돌파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가 노조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정부 관료 출신인 윤 행장을 기업은행장에 올린 것은 내부출신 행장체제가 10년 넘게 이어진 기업은행에 쇄신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 자본 공급을 책임지는 기업은행이 정부 금융정책 성과를 위해 더욱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점도 경제수석 출신인 윤 행장의 선임배경으로 꼽힌다.
윤 행장이 이런 임무를 안고 있는 만큼 기업은행의 업무를 정상화하고 정부정책에 더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기 위해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행에 내부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난다면 조직 분위기를 다잡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윤 행장이 이를 통해 확실한 경영비전을 보여주며 부정적이던 여론을 환기할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윤 행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중소기업 및 신생기업 모험자본 공급 확대와 핀테크산업 육성역량을 강화하고 관련된 부서의 인력도 충원하는 방향으로 기업은행에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료출신 기업은행장이라는 배경이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윤 행장의 전문성과 경험 부족을 지적하는 비판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3일 첫 출근길에서 능력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기업은행을 키우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윤 행장 선임 뒤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렸고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윤 행장은 충분한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윤 행장이 기업은행에서 노조를 포함한 일부 구성원의 반발을 넘고 리더십과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도 임기 초반에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행과 계열사 임원인사에서 큰 폭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인사와 조직개편이 보통 1월 중순에 이뤄진 만큼 아직 늦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