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가 유력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탄탄하게 굳히기 위해서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승리에 비중 있는 역할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총리가 직면한 가장 큰 정치적 과제로는 누구도 극복해내지 못한 ‘총리 출신 대선주자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 꼽힌다.
1987년 개헌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뒤 이회창, 이홍구, 이한동, 고건, 정운찬 등 총리를 지낸 인사들은 상당수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들 모두를 비롯해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3김'으로 불렸던 유력정치인 김종필 전 총리조차 대선 도전에 실패했다.
대한민국 헌정사 전체를 살펴보면 총리 출신이 대통령이 된 예로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 있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해된 뒤 대통령권한대행을 지내다 유신헌법에 의해 설치된 통일주체국민회의의 이른바 ‘체육관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된 사례다.
총리 출신 인물이 대선에 실패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총리로 쌓은 지지도가 지닌 태생적 한계가 꼽힌다.
총리 출신 대선 주자들은 총리 재직 중 정부의 2인자로 대통령을 안정적으로 보좌하는 모습이 주로 대중에 비치면서 인지도를 쌓아 유력한 대선주자로 발돋움한다.
대선주자 지지율도 재직 중에는 총리라는 자리 자체만으로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
이 총리 역시 총리가 된 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강원도 산불 사태 등 국내 현안을 현장에서 직접 꼼꼼히 챙기는 모습,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 등으로 지지를 얻은 뒤 꾸준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음 대선주자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총리에서 물러난 뒤다. 총리일 때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만으로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것이 가능했지만 대선 도전을 위해 정부를 벗어나 정치인으로 돌아간 뒤에는 총리라는 자리가 주는 유리함을 누릴 수 없다.
오히려 총리가 주는 2인자, 관리자라는 인상이 불리함으로 작용하게 된다.
결국 총리 출신 대선주자가 기존의 인상을 지우고 정치인으로서 새로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차별화’가 요구된다.
정부에서 역할이 총리를 유력 대선주자로 키웠지만 총리 출신 대선주자가 대선까지 성공하려면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정부 정책과 별개인 자기만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뒤 이 총리에게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치인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선주자로서 현재 이 총리의 고민도 바로 이 부분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총리의 대표적 약점으로 더불어민주당 내 세력기반이 넓지 않다는 점을 꼽는다.
2020년에는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총선이 치러진다. 총선은 이 총리에게는 정치적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다.
이 총리는 총선에서 정치적 경쟁력을 입증한다면 당내 지지세력을 확보하는데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총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로 비례대표에 출마한 뒤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의 선거 승리에 간판 역할을 하거나 더불어민주당에 험지로 분류되는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같은 야권의 대선주자를 꺾는 것 등이 있다고 바라본다.
이 총리도 이번 총선이 정치적 행보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황 대표와의 지역구 대결 가능성을 놓고 “편한 길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당에서 제안하면 기꺼이 수용하겠다, 뭐든지”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