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이에 경영권을 둘러싼 여론전이 벌어지면서 조현민 전무의 선택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 조현민 한진칼 전무(왼쪽부터),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칼 주요주주의 지분구성을 살펴보면 조원태 회장이 6.52%, 조현아 전 부사장이 6.49%, 조현민 전무가 6.47%,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5.31%를 쥐고 있다. 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17.29%, 델타항공이 10.0%, 반도그룹이 6.28%를 들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20년 3월 주주총회에서 한진칼 등기이사 연임을 앞두고 있어 지분 확보가 필수적 상황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반기를 들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과 이명희 전 이사장이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만큼 두 사람이 합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조현민 전무 지분의 향배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조현민 전무는 언니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사건으로 검찰에 출두할 당시 위로의 말을 전해 가까웠던 사이로 알려져 있다.
당시 조현민 전무는 검찰조사를 받는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언니를 힘들게 한 사람들에게)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 자매의 친밀한 관계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지와 관련해서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못했지만 조현민 전무는 한진그룹에 복귀해 처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조현민 전무가 한진칼에 경영복귀를 한 이면에는 조원태 회장의 승낙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만큼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사이 갈등 속에서 조원태 회장 지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현민 전무는 이른바 ‘물컵 갑횡포’ 사태 이후 1년 2개월 만인 2019년 6월 한진칼로 복귀해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조현민 전무의 공식 직책은 최고마케팅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로 새로운 사업 개발과 사회공헌 등 그룹 마케팅 업무를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19년 10월에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국내 주요 여행업체와 만나기도 해 항공업과 여행업을 연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뉴욕에서 있었던 간담회에서 조원태 회장이 항공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꾸려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조현민 전무가 맡은 직책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복귀를 하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여기에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 과정에서 조현민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횡포사건이 터져 복귀가 무산된 적이 있어 두 사람 사이에 앙금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회항사건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3년 4개월 뒤인 2018년 3월 한진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은 복귀한지 보름 만인 2018년 4월 동생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횡포사건이 알려지면서 경영진 일가를 향한 비난이 잇따르자 다시 모든 직책을 내려놓게 됐다.
조현민 전무는 2019년 4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별세 후 오빠인 조원태 회장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조현민 전무는 조양호 전 회장의 시신을 운구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는 데 어려움에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괜찮다, 오빠(조원태 회장) 옆을 지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조현민 전무는 조현아 전 부사장과 달리 먼저 한진그룹의 경영에 복귀해 활동하고 있어 조원태 회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지만 조현민 전무가 앞으로 누구 편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주주총회에서 그녀의 지분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