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은 ‘2400억’ 재산을 어떻게 만들었나  
▲ 상습사기 혐의로 징역 4년을 구형받은 유병언 세모그룹 전 회장 (KBS 방송 캡쳐)

세월호 침몰 사고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사람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다. 그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거액의 재산을 만드는 동시에 감추려고 했던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이런 구조를 통해 겉으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면서도 역외탈세 분식회계 거액배당 등 다양한 수법으로 마치 ‘금고’처럼 돈을 주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의 손이 닿은 국내기업은 32개, 해외법인은 13개에 이른다. 분야도 선박과 해운부터 예술품 판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계열사 자산만 합쳐도 2400억 원이 넘는다.


◆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순환출자 구조


유 전 회장은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를 핵심으로 다른 계열사를 장악하고 있다.


청해진해운은 1999년 2월 유 전 회장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개인 주주들이 34억 원을 모아 설립했다. 이 회사의 대주주는 지분 39.4%를 보유한 조선기업 천해지다.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천해지 지분 42.81%를 확보해 지배권을 쥐고 있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실질적으로 유 전 회장의 회사다. 두 아들인 유대균씨와 유혁기씨가 주축이 돼 2007년 10월 만들어졌다. 창립 당시엔 자본금 5천만 원에 불과했지만 1년 반 동안 증자를 거쳐 2009년 말 자본금을 87억4500만 원으로 불렸다.


이 과정에서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석연찮은 행적을 보였다. 이 회사는 2008년 천해지 지분 70.13%를 당시 대주주였던 새천년으로부터 60억 원을 주고 인수했다. 당시 천해지는 매출 1038억 원에 당기순이익 54억 원을 기록하고 있었다. 천해지 지분을 모두 넘긴 새천년은 뚜렷한 이유없이 3년 후 자진청산했다. 유 전 회장이 세모그룹 부도 이후 숨겨놓은 재산을 동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그 뒤 청해진해운과 천해지 외에도 온지구·아해, 금오산맥, 다판다, 트라이곤코리아 등 여러 기업의 지분을 소유한다. 이렇게 지분을 소유한 기업들끼리도 서로 지분을 나눠 보유하도록 해 아이원아이홀딩스는 그물망처럼 얽힌 계열사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청해진해운의 모기업인 천해지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아이원아이홀딩스 외에도 다판다(18.21%), 문진미디어(11.01%), 온지구(5.23%), 아해(4.05%), 세모(4.22%) 등이다. 천해지는 청해진해운 외에 아해프레스파이낸스와 21세기의 지분을 각각 20.37%와 42%씩 보유하고 있다. 청해진해운도 국제영상, 온지구,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에 출자한 상태다.


유 전 회장 일가와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주식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건강식품판매 기업 다판다도 천해지만큼이나 여러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판다는 세모 지분의 31%와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지분 26.78%를 보유하고 있다. 또 큐브오가닉스, 클리앙, 호진산업 등의 지분도 소유하고 있다. 해외법인인 퍼시키파홀딩스와 하이랜드스프링스 지분도 각각 68.5%와 9.9% 손에 쥐고 있다. 이외에도 남녘수산, 보현산영농조합법인, 온지구도 주식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다.


장남인 유대균씨가 대주주인 주택건설 기업 트라이곤코리아는 ‘문어발식 상호출자’를 하고 있다. 세우세건설,금오산맥, 고컨설팅, 바이오테크코리아, 태진피비엔, 온지구, 티알지개발전문, 국제영상, 청초밭영농조합 등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차남 유혁기씨가 직접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영어교육기업 문진미디어도 상호출자 구조의 핵심이다.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와 주요 자금원인 천해지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 큐브러닝시스템과 기호산업 지분 100%를 소유하고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남녘수산, 온지구, 몽중산다원의 지분도 다수 갖고 있다. 퍼시피카홀딩스, 하이랜드스프링스 등 해외법인에도 손을 댔다.


◆ 순환구조 속에서 개인 재산 불리기

전문가들은 유 전 회장이 이렇게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이용해 탈법행위를 저질렀을 것으로 본다. 유 전 회장은 ‘아해’라는 이름의 사진작가로도 활동했는데 개인적 사진 작품을 계열사에 팔거나 분식회계와 횡령 등을 통해 회삿돈을 마음대로 빼내 쓴 것으로 보인다.

  유병언은 ‘2400억’ 재산을 어떻게 만들었나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유 전 회장의 순환출자 구조에 대해 “우리나라 재벌에서도 보기 힘든 순환출자”라며 “적은 돈으로 회사를 불리려고 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출처를 제대로 밝히기 힘들게 만들어 재산을 불리고 빼돌리기 쉽게 했다는 것이다.

아이원아이홀딩스 산하 계열사들은 유 전 회장의 사진작품 활동을 지원했다. 천해지는 2012년 유 전 회장의 사진 작품 활동과 관련된 기업인 아해프레스프랑스와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에 각각 14억 원과 12억 원을 투자했다.


아해프레스프랑스는 차남 유혁기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에 지사를 두고 유 전 회장의 작품 활동 홍보와 전시를 도맡았다. 지난해 3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천해지는 지난해에도 이 회사에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아해프레스프랑스를 상대로 19억 원 상당의 매입 거래를 했던 것이 드러났다.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는 2010년 이후 매년 ‘피와 현대인의 건강’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유 전 회장은 계속 이곳에서 강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해지는 지난해 이 회사의 문화사업 부문을 흡수했다. 이때 추가된 자산 160억 원 중 126억 원이 사진작품이었다. 다판다도 2012년 지분 26.7%를 20억 원에 사들였고 3억 원 상당의 전시작품을 사들이기도 했다.


청해진해운의 경우 분식회계 정황도 밝혀졌다. 인천시 관계자는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32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당국에 낸 세금은 462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월호 등 선박과 토지 자산에 대한 재산세 1915만 원을 제외한 지방소득세 납부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검찰은 청해진해운이 총 매출 중 60%를 화물에서 얻는다는 것을 고려해 분식회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유 전 회장이 계열사인 세모 임직원 600 명이 출자한 세모신용협동조합을 사적인 자금원으로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세모신용협동조합에게 5천만 원의 단기차입금을 연이자율 6%에 제공받았다. 지난 2011년에도 운전자금 명목으로 2억7천만 원의 단기 차입금을 받았다.


◆ 은행대출 받아 부동산 투자

유 전 회장은 금융권 대출로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여러 부동산을 사들였다. 천해지 등 계열사 10곳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109만3681㎡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전체 부동산의 장부가액은 1845억 원으로 그룹 전체 자산 5587억 원의 30%가 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가로 보면 2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천해지는 가장 비싼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경남 고성군 동해면에 면적 13만1000㎡로 약 830억 원으로 추산되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건강식품 제조기업인 세모도 인천 부평구에 2만3000㎡ 면적인 293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두고 있다.

  유병언은 ‘2400억’ 재산을 어떻게 만들었나  
▲ 아이원아이홀딩스 산하 계열사로 유병언 세모그룹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가 대주주인 건강식품판매기업 다판다 건물 모습 <뉴시스>

유대균씨와 유혁기씨가 각각 대주주인 다판다와 문진미디어는 서울 강남 역삼동에 위치한 도심 부동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유 전 회장 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트라이곤코리아와 아해도 각각 73억 원과 63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유 전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해외 부동산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캘리포니아주와 뉴욕 맨해튼에 150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차남 유혁기씨도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카운티에 위치한 92만5000달러(약 9억6천만 원)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뉴욕 맨해튼 남서쪽 고급 주택가에 있는 아파트(172만5천 달러)와 어퍼이스트사이드 소재 아파트(103만5천 달러)도 그의 재산이다.


유 전 회장은 사진작가 ‘아해’의 이름으로 2012년 5월 프랑스의 한 마을 전체를 사들이기도 했다. 당시 르몽드 등 프랑스 주요 언론은 아해가 프랑스 쿠르베피 마을을 52만 유로(7억7천만 원)를 치르고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당시 그는 ‘억만장자 사진작가’로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