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여의도 국회로 귀환을 노리는 자유한국당 내 주요 인사들이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에서 정치적 견제와 당내 경쟁을 뚫고 공천을 받을 수 있을까?
12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당내 입지를 강화하며 내년 총선 공천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왼쪽부터),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
황 대표는 측근 의원들을 자유한국당의 주요 직책에 임명하는 등 이른바 ‘친황체제’를 만드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황 대표는 2일 주요 당직자 35명에게 일괄사표를 받은 뒤 4시간 만에 황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박완수 신임 사무총장을 비롯해 후속 당직 인선을 결정했다.
3일에는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공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의결하기도 했다.
이런 황 대표의 친황체제 강화 움직임은 자유한국당 공천을 노리는 ‘비황’ 인사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전 대표는 ‘비황’으로 분류되는 자유한국당 인사 가운데 가장 대표적으로 총선 출마에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 전 대표는 11월 한 강연에서 “창녕이나 대구에 출마할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출마의사를 내보였다. 그는 험지출마론과 관련해서는 “나를 끼워 그 문제를 왈가왈부 하지 말라”며 거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와 창녕지역은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높고 홍 전 대표가 황 대표와 박 사무총장과 관계가 모두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공천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홍 전 대표는 황 대표의 단식투쟁을 놓고 페이스북에서 “단식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라고 말했다. 황 대표를 놓고 "정치 초년생"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박 사무총장과는 2014년 경남지사 선거를 위한 당내 후보 경선에서 경쟁을 펼치며 극렬하게 대립했다. 일각에서는 박 사무총장 임명이 홍 전 대표를 견제하는 인선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태호 전 지사는 ‘친황’으로 분류되는 의원은 아니지만 비교적 황 대표와 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공천 가능성은 비교적 높아 보인다. 김 전 지사는 황 대표를 놓고 “오래전부터 지인관계”라고 말했다.
2017년 탄핵사태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김 전 지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황 대표를 만나 대선 출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지인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고향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구 출마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11월 “김 전 지사와 출마와 관련해 만남을 마련했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유력 경쟁자가 사라진 서울 ‘광진을’에서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전망된다. 추 장관 후보자는 광진을 현역의원이다.
오 전 시장은 광진을 출마를 염두에 두고 1월부터 광진을 당협조직위원장을 맡아 지역구를 관리해 왔다.
계파 성향이 강하지 않고 ‘비황’으로 분류되지만 황 대표와 박 사무총장과 관계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진을 지역구는 지역구가 생긴 뒤 보수성향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어 자유한국당 내에서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구이지만 추 장관 후보자의 총선 불출마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오 전 시장에 기회가 생겼다는 말이 나온다.
황 대표는 11월 단식투쟁 농성장에서 오 전 시장과 만나 “오 전 시장이 힘든 데서 고생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비황’으로 통하는 심재철 의원이 9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것이 자유한국당 공천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심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이 황 대표의 과도한 당권 강화 움직임과 관련된 당내 중진의원들의 반발 의미도 있다고 바라본다.
심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정견발표를 통해 “의원들이 당선횟수나 지역으로 부당하게 차별당하지 않도록 황 대표에게 직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