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그룹 조직개편을 위한 밑그림을 내놓았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박 사장이 SK텔레콤 조직을 이원화로 개편한 점을 놓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SK텔레콤 분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SK텔레콤은 5일 조직개편을 발표하면서 통신부문을 총괄하는 Corp1과 비통신부문(뉴비즈)을 총괄하는 Corp2로 조직을 이원화 했다.
SK텔레콤은 비통신부문을 강화해 SK텔레콤을 ‘뉴 ICT’기업으로 전환하는데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조직 이원화는 SK텔레콤의 분리를 위한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
SK텔레콤의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비통신사업은 대부분 자회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 Corp2가 손에 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SK브로드밴드와 콘텐츠웨이브가, 보안은 ADT캡스가, 커머스는 11번가가 담당하는 식이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SK텔레콤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되면 Corp2 조직이 SK텔레콤 투자회사의 모체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 사장이 Corp1과 Corp2를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 역시 차후 SK텔레콤의 분할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박 사장은 두 센터의 예산, 인사, 경영계획, 평가체계 등을 모두 독립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SK텔레콤이라는 하나의 법인 안에 속해 있지만 두 조직이 최대한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최고경영자(CEO)로 ‘금융전문가’로 불리는 최진환 사장이 임명된 것 역시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최 사장은 칼라일그룹이 ADT캡스를 인수하면서 영입한 재무 전문가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인수합병, SK브로드밴드의 기업공개(IPO)등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박 사장은 “2020년은 SK텔레콤과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 전체가 가시적 성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역시 SK브로드밴드의 기업공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SK그룹의 유력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인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SK텔레콤이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율을 30%까지 높여야 한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요건을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07%를 들고 있다. 지분율 30%에 맞추기 위해 10%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드는 금액은 5일 종가 기준 5조7367억 원에 이른다.
SK브로드밴드의 기업공개는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박 사장이 SK하이닉스 지분 추가 취득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통신부문 ADT캡스, 11번가 등 핵심 자회사들의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시선도 보낸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은 이번 조직개편은 비통신부문에 힘을 싣기 위한 조직개편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에 회사 조직을 이원화 한 것은 그동안 통신부문에 의존해왔던 비통신부문사업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보자는 의미”라며 “현재 상황에서 그룹의 조직개편까지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