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 매각이 이번에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내년 3월까지 KDB생명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매각가격에 크게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치며 가격을 놓고 협상의 여지도 크게 열어뒀다. 얼마를 받고 파느냐보다는 매각 자체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실제 KDB생명의 가격이 2천억 원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포함해 8천억 원인데 이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다.
지금 당장은 KDB생명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어도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가면 인수후보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여겨졌으나 푸르덴셜생명의 등장으로 그럴 가능성도 더욱 낮아졌다.
특히 KDB생명이나 산업은행 모두 국내 대형 금융지주가 KDB생명을 인수하길 바라고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는 전산시스템 통합 등으로 인수합병이 특히 더 복잡하기 때문에 인수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작은 회사를 여럿 사들이는 것보다 한 번에 우량 매물을 인수하는 편이 어느 쪽으로 봐도 유리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생명보험사가 매물로 나오면 KB금융지주나 우리금융지주가 가장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이는데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나오면 두 금융지주 모두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집중할 수 있다”며 “사모투자펀드(PEF)도 몇 년 뒤 되팔 때를 생각하면 당장 가격이 높더라도 성장성이나 건전성 등을 볼 때 KDB생명보다는 푸르덴셜생명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KDB생명 매각은 산업은행의 가장 큰 현안이다. 산업은행이 올해 들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고 대우건설은 KDB인베스트멘트에 맡기면서 과거의 유산이 몇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9월 KDB생명 매각을 공식화했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매각을 추진하는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이 회장은 지금을 놓치면 기회가 다시 찾아오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KDB생명의 경영지표가 최근 눈에 띄게 좋아지는 등 홀로서기에 나설 준비가 됐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KDB생명 매각에 성공하면 KDB생명 사장에게 최대 30억 원, 수석부사장에게 최대 15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승부수까지 띄웠다.
그러나 반응은 냉담하다. 국내 금융지주를 비롯한 인수후보군에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어 당초 11월 안에 내려던 예비입찰 공고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양생명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 역시 인수후보들이 KDB생명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동양생명 역시 최근 눈에 띄게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최근 푸르덴셜생명의 매각주간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매각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를 통해 푸르덴셜생명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상반기 자산규모 기준으로는 업계 11위지만 순이익 기준으로는 5위권이다. 특히 지급여력(RBC)비율이 505.13%로 압도적 1위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