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이 연말인사에서 연임해 부동산 디벨로퍼(개발사업자)로서 사업구조 전환에 속도를 더 붙일까?
7일 건설업계와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의정부 주상복합, 광운대 역세권 등 복합개발사업의 추진속도가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애초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 규제 등으로 국내 주택시장 앞날이 불확실한 가운데 올해 주택분양 실적까지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2020~2021년 이후 실적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은 신규분양 실적이 저조해 2021년 이후 실적 급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내다봤다.
김 사장은 2019년 주주총회에서 “주택경기 부침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분양사업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개발운영사업까지 확대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목표했던 만큼 성과가 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8년 5월 지주회사체제로 바뀐 뒤 기존 주택개발 중심에서 주거와 상가, 업무 등 전반적 도시기능이 혼합된 복합개발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의정부, 광운대사업뿐 아니라 서울 용산역 전면공원 지하개발, 용산 병원부지개발, 인천 신항 배후단지개발 등 풍부한 개발사업 후보군을 갖추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커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개발사업 지연과 주택시장 부진이 맞물리면서 중장기 성장에 관한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9년 들어 3분기까지 신규 주택분양 물량이 3600세대에 그쳤다. 2018년 전체 주택분양 실적 1만2천 세대와 비교해 올해 분양물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3월 초만 해도 5만 원대 안팎이었지만 저조한 주택분양 등으로 7일 종가 기준 3만3500원까지 떨어졌다. 8개월 만에 주가가 30%가량 하락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점도 시장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 개발사업 용지를 확보하는 데 투자할 자본이 무리한 사업 확장에 소모될 수 있고 대규모 부채를 떠안는 등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HDC그룹의 대표적 재무기획 전문가로 ‘디벨로퍼로서 한 단계 도약’이라는 임무를 띠고 대표이사에 올랐다.
복합개발사업의 가시성을 앞당길 필요가 더욱 커진 상황에서 김 사장이 연임해 부동산 디벨로퍼로서 HDC현대산업개발을 궤도에 올려놓는 작업을 이어갈 가능성이 나온다.
만약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사된다면 재무구조 등에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2년여 동안 회사를 이끌어 온 김 사장이 자리를 지켜 기존사업 안정화를 추진할 필요가 커질 수 있다.
개발사업은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가 나기 어렵다는 점도 김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업가치 확대를 위해 12월 분양하는 의정부 주상복합, 인천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 등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김 사장은 10월 인천 용현학익1블록 도시개발사업에서 주택시공과 사업관리(PM) 용역 등 1조3천억 원어치 대규모 계약을 따내는 성과를 올렸다.
총사업비 5조7천억 원의 대규모 개발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앞으로 추진할 각종 복합개발에서 사업성을 높이는 데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9월 경기도 광명동굴주변 도시개발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히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김 사장의 연임 여부에 관해 현재로서 알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HDC그룹에서 아이콘트롤스 대표, 아이투자신탁운용 대표, HDC자산운용 대표 등을 거친 뒤 2018년 1월 현대산업개발 대표에 올랐다.
2018년 5월 지주회사인 HDC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분리되자 HDC현대산업개발 초대 대표에 선임됐다.
2020년 3월24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