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차량 화재사고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한상윤 BMW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소비자의 신뢰회복을 통해 수입차시장에서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데 또 다시 이어지고 있는 차량 화재로 발목을 잡히게 됐다.
4일 BMW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수도권에서만 모두 6대의 BMW 차량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불이 난 차량 가운데 3대는 2018년 BMW코리아로부터 리콜조치를 받은 차량이어서 소비자들의 불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차량 화재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원인이 밝혀진 뒤에야 보상 등 후속조치 논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욱이 BMW코리아를 19년 동안 이끌었던 김효준 회장이 차량 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혐의가 사실로 굳어지고 있어 한 사장이 취임 뒤 추진해 온 이미지 개선작업은 빛을 잃게 됐다.
경찰은 2018년 8월부터 BMW와 BMW코리아 등 2곳 법인과 김효준 회장 등 임직원 8명을 조사했는데 최근 결함 은폐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다.
차량 화재사고가 재발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경영진이 차량 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한 사장의 한숨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사장은 취임 이후 공격적 신차 출시와 파격적 보장 프로그램 등을 앞세워 ‘불자동차’라는 오명을 벗고 수입차시장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를 추격하고 있는데 브랜드 이미지가 다시 곤두박질하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차량 화재사고가 판매량에 영향을 줘 메르세데스-벤츠와 판매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9월까지 누적 판매량을 기준으로 BMW코리아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2만4647대 뒤처져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판매량 차이는 7784대였는데 격차가 3배가량 커졌다.
한 사장 또한 취임 뒤 차량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BMW코리아는 김효준 회장에서 한 사장으로 경영권을 넘기면서 세대교체와 함께 BMW에 씌워진 ‘불자동차’라는 오명을 벗는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는데 그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BMW코리아는 2018년 4월 대표이사를 김효준에서 한상윤으로 바꿀 계획이었는데 이보다 1년 늦은 2019년 4월에야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차량 화재사고가 발생하면서 BMW코리아 입지가 크게 흔들렸던 만큼 김효준 회장이 화재사고를 책임지고 마무리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한 사장에는 이런 부담을 넘기지 않기 위해 경영권 승계를 늦췄을 것으로 풀이한다.
실제로 한 사장은 과거 차량 화재사고와 거리를 둬 왔다.
한 사장은 올해 한국형 레몬법을 수용한 데 이어 디젤차에 불이 나면 새 차로 바꿔주는 파격적 보장 프로그램을 내놓는 등 차량 화재사고의 여파를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도 차량 화재사고 관련해 공식 발언을 아끼는 등 과거 화재사고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한 사장은 2003년 BMW코리아에 입사한 뒤 판매와 마케팅부문에서 역량을 다졌다. 한국인 최초로 BMW말레이시아 법인장을 맡아 실적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