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본사인 씨티그룹의 전략에 맞춰 ‘스마트오피스’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처음 이뤄지는 시도인데 성공하게 되면 주52시간 근무제 본격화에 따른 은행권 사무공간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 스마트오피스 도입해 은행권 새 바람 넣어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27일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씨티뱅크센터의 스마트오피스 리모델링은 내년 4월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오피스는 지정좌석 없이 공유좌석제로 운영되는 사무공간을 말한다.

직원들은 회의실, 벤치, 집중 업무실 등 다양한 좌석을 내부 시스템을 통해 예약하고 사용할 수 있다.

박 행장이 씨티뱅크센터의 리모델링까지 끝낸다면 한국씨티은행 본사의 사무공간은 모두 스마트오피스를 갖추게 된다. 

한국씨티은행 본사 직원은 서울 중구 본점과 서울 영등포구 영씨티빌딩에 나눠 근무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7일 영씨티빌딩에 스마트오피스를 갖추고 소비자금융그룹을 이전했다.   

서울 중구 본점은 5월 코람코자산신탁이 설립한 부동산 리츠에 매각됐지만 내년 4월 씨티뱅크센터의 리모델링이 끝날 때까지 임대 조건으로 한국씨티은행이 이용하기로 했다. 

박 행장이 한국씨티은행의 사무공간 변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씨티그룹의 전략과 관련이 있다.

씨티그룹은 뉴욕, 싱가포르, 홍콩, 도쿄 등 주요 거점도시에 스마트오피스를 구축하는 ‘씨티 플랜’을 진행하고 있다. 

씨티 플랜은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과 근무 만족도 향상을 위해 회의공간과 휴게공간을 충분히 갖춘 뒤 사무공간을 통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지정좌석을 대부분 없애기 때문에 박 행장도 리모델링 이후 씨티뱅크센터에 별도의 행장실을 두지 않는다. 

은행권은 한국씨티은행의 스마트오피스 운영에 관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은행은 주52시간 근무제의 본격화로 최근 사무공간의 상주인력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환, 전산담당 등 사실상 24시간 담당자가 있어야 하는 부문에서도 탄력근로제로 교대운영이 이뤄지며 동시에 사무실을 지키는 인원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에게 지정좌석을 제공할 필요성이 낮아지자 사무공간의 효율화를 위해 스마트오피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은 우리보다 이른 시기에 근무시간 단축을 도입했기 때문에 사무공간 효율화를 위한 방안에서도 외국계은행이 국내 은행보다 앞서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스마트오피스는 직원 만족도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과 사무공간 효율화 측면에서도 중요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한국씨티은행은 스마트오피스 도입이 사무공간 효율화보다는 직원 근무환경 개선에 목적이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스마트오피스를 통해 사무공간을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시각은 스마트오피스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휴게공간과 회의공간 등을 충분히 갖춰야 해 실제 비용 절감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