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가장 낮은 1.25%로 내리면서 추가 인하 가능성에 시선이 몰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에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 추가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며 저성장과 저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강 연구원은 “과거 금리가 연 1.25%였던 2016년에는 성장률이 2.9%였지만 현재는 2% 성장률 방어도 쉽지 않다”며 “내년 글로벌 경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민간부문의 탄력적 회복을 위해서는 더 과감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가 내년에도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기 어렵다면 추가 인하를 향한 기대감은 이른 시일 안에 형성될 것”이라며 “연말부터는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현재 여건을 고려하면 다음 금리 인하시점은 내년 1분기보다는 2분기가 유력하다”며 “내년 1∼2월까지 수출을 중심으로 국내 경기가 개선되고 물가 안정범위가 확보되지 않으면 인하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역대 최저금리라는 부담 속에서도 금리 인하를 결정한 이유는 경기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0%로 대폭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8%에서 2.2%로 내렸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하며 최근 2.2%로 낮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 역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 영향을 미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지만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8월까지 0%대를 이어온 데 이어 9월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건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처음이다.
다만 금리 인하효과를 놓고 회의적 시선도 있다. ‘유동성의 함정’에 빠지거나 가계 부채가 더 늘어나는 등 부작용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9월 보고서를 통해 “이미 유동성 함정에 빠져있을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소폭의 금리 인하는 큰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유동성 함정이란 시장에 현금이 흘러 넘쳐 구하기 쉬운데도 기업의 생산이나 투자, 가계의 소비가 늘지 않아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마치 경제가 함정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이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가 실물경기를 북돋는 긍정적 효과가 있고 부작용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저금리가 장기화하면 부동산이나 위험자산으로 자금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