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유럽 노선에서 경쟁 심화를 각오하고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계획대로 투입한다.
원가 절감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선사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선사들이 유럽 노선에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공급과잉이 예상되고 있지만 현대상선은 계획대로 유럽 노선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유럽항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월 684포인트에서 8월 795포인트로 반등했다가 715포인트로 내려가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 노선을 두고 “세계 1,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 등 글로벌 선사들이 내년까지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줄줄이 시장에 나오는 상황에서 운임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원가 경쟁력이 있는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대상선은 이러한 상황에서 대비책을 마련해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상선은 초대형컨테이너선들 사이에도 원가 운영 측면에서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유럽 노선에 확실한 깃발을 꽂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2020년 인수하기로 한 2만3천TEU 선박들은 유류비, 선가 등을 감안할 때 뛰어난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 예로 2만3천 TEU 선박은 1만3천TEU 선박과 비교해 2배에 가까운 화물을 실을 수 있지만 유류 소모량은 별 차이가 없다.
게다가 현대상선은 2020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대비해 유럽 노선에 투입하는 모든 선박에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를 설치하도록 주문했기 때문에 비싼 저유황유를 써야하는 다른 선사들과 달리 유류비도 절약할 수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스크러버 설치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며 “현대상선과 달리 대형 글로벌 선사들은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전사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첨단IT기술 도입도 비용 절감을 향한 자신감의 토대가 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최적항로를 파악하고 운행정시성을 확보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현대상선은 유럽노선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20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도입할 때까지 시한을 두고 독자적으로 만들고 있는 전산시스템 NewGAUS2020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유럽 노선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장기적 관점에서 미주동부를 공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등 위험을 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주 서부 노선에 집중해 온 전략에서 한 발 나아가 유럽에 비중을 분산함으로써 물리적으로 가까운 미주동부도 공략하고 노선 다변화를 통해 위험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유럽 노선의 화주확보도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되는 점도 유럽 진출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현대상선은 그동안 꾸준히 유럽 화주들과 접촉하고 5천TEU급 소형 선박을 이용해 노선조사를 진행하는 등 유럽진출을 위한 준비를 단단히 해왔다.
배재훈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도 취임하자마자 유럽을 순방하면서 화주들을 만나 유럽노선 강화에 공을 들였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초대형선박을 유럽에 투입하기 위해 화주 확보도 마무리됐고 새로운 전산시스템 기반을 구축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준비한 만큼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