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벌크선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도 9년 만에 최고치를 갱신하며 현대상선의 벌크선 사업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상선 '사업다각화' 위해 벌크선 강화, 때맟춰 벌크운임 '훈풍' 불어

▲ 배재훈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


6일 현대상선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최근 초대형유조선(VLCC) 5척을 도입한 것은 벌크선사업 강화에 목적을 두고 있다.   

현대상선이 초대형유조선 5척을 취항하기 전인 2018년 12월 기준 현대상선의 벌크선 선대 규모는 300만 DWT(순수화물 적재톤수)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대형유조석 5척을 연달아 도입하면서 올해 9월 기준 선대 규모는 430만 DWT로 급등했다. 9개월 만에 선대 규모가 43% 급증한 셈이다. 

특히 유조선 선대 규모는 같은 기간 31만6천 DWT에서 181만6천 DWT로 무려 474.6% 늘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벌크선사업은 시황에 따라 유조선, 드라이벌크 등 세부 사업 분야의 규모 변동이 크다”며 “이번 초대형유조선 도입은 단순히 유조선 분야 강화보다는 벌크선사업 전체를 강화해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측면에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배재훈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은 2일 열린 마지막 초대형유조선 ‘유니버설빅터’호 취항식에서 “이번에 도입한 초대형유조선 5척은 현대상선 사업다각화의 초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상선이 벌크선사업 강화에 나서는 이유는 벌크선사업이 현대상선의 주력사업인 컨테이너선사업보다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정 화주와 장기 운송계약 위주로 전개되는 벌크선사업은 정해진 항로를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사업에 비해 시장 규모 자체가 작아 큰 매출을 내기 어렵다.   

하지만 장기 운송계약 위주로 사업이 전개되는 만큼 시황의 변동성에 영향을 적게 받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다. 

특히 컨테이너선 사업은 유가 변동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변하지만 벌크선사업에서는 선사가 화주와 계약을 체결할 때 유류비 보상 조항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유가 급등에 따른 수익성의 급격한 하락을 방지할 수 있다.

현대상선의 벌크선사업 강화 움직임에 맞물려 벌크선업황 역시 개선되고 있다.

벌크선업황을 나타내는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9월4일 2518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평균 발틱운임지수가 895라는 것을 살피면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3배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9월4일 발틱운임지수는 2010년 11월3일(2542)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규제가 2020년부터 시작되는 것과 관련해 벌크선 업황이 현재보다 더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상운송 전문 해외언론인 트레이드윈즈는 “2020년 환경규제에 따른 선박 공급량 감소는 벌크선 운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주력사업이 컨테이너선사업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지만 사업을 다각화해 업황 악화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벌크선사업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