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국산화에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1일 정부당국과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SK머티리얼즈와 솔브레인이 고순도 불화수소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장용호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
일본이 수출규제한 고순도불화수소는 반도체 공정 중 웨이퍼 위에 회로패턴을 그리고 특정 부분을 선택적으로 깎아내는 식각공정에 쓰인다.
고순도불화수소는 디스플레이 공정과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것이 순도 차이가 나는데 반도체용은 순도를 99.999%까지 높여야 하기에 생산하는데 더 많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순도 차이가 반도체 생산의 수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무역통계에 따르면 일본 수출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7월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된 고순도불화수소의 물량은 6월보다 83.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지금까지 일본 업체가 생산한 고순도 불화수소를 주로 사용해왔기에 대안 마련이 시급해졌다.
SK머티리얼즈는 2001년 국내 최초로 삼불화질소(NF3)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했다. 모노실란(SiH4)이나 육불화텅스텐(WF6), 프리커서, 식각가스 등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소재들을 주로 생산한다.
SK머티리얼즈는 올해 안에 반도체 공정용 고순도불화수소의 샘플을 생산하고 시제품 테스트를 거쳐 2020년에 상용화하는 계획을 세웠다.
SK머티리얼즈는 자체 생산하는 삼불화질소의 원료인 불화수소를 다루는 기술력이 축적돼 있어 고순도 불화수소도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고순도 불화수소 개발은 일본 수출규제와 별개로 이전부터 이미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K머티리얼즈는 일본 수출규제 대상품목인 불화수소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2020년에는 불화수소뿐 아니라 차세대 반도체 소재 개발도 성공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업계 관계자들은 솔브레인도 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할 것으로 바라본다.
▲ 솔브레인 정지완 대표이사 회장.
솔브레인 역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소재를 생산한다. 솔브레인은 삼성전자가 2017년 지분 4.8%를 매입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솔브레인은 이미 반도체 식각공정에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 액체를 생산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일본산 고순도 불화수소를 대체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양산라인에서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솔브레인은 올해 9월부터 불화수소 생산 제2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이라며 "일본의 고순도 불화수소를 대체하기 위해 주요 고객사와 국산화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솔브레인은 불화수소 개발과 관련해 “언론 보도에 일체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일본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두 달 만에 고순도 불화수소를 한국으로 수출하는 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첫 수출허가가 일본 수출규제의 우려를 걷어내는 청신호는 아니다.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후 수출규제 품목은 정부의 개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소요기간은 통상적으로 90일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반도체는 B2B(기업대상 거래)산업이므로 소재 확보가 불안정하면 고객사의 신뢰도와 수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소재 다각화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불화수소 공급제한이 풀린다 해도 국산 소재를 채택하는 비중은 증가할 것이며 이는 이미 정해진 방향"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