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 독립보험대리점(GA)의 단체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메리츠화재는 독립보험대리점을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의 비중이 큰 만큼 독립보험대리점의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범, 보험대리점의 메리츠화재 불매운동에 또 타격받을까 곤혹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


28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독립보험대리점(GA)들은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의 상품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삼성화재는 9월부터, 메리츠화재는 10월부터다.

독립보험대리점은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파는 영업점을 말한다. 다양한 보험회사의 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립보험대리점을 통한 판매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독립보험대리점들은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금융당국의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작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 보험회사들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금융위의 보험 모집수수료 개정안은 보장성 보험을 판매할 때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첫해 수수료를 기존에 월납 보험료의 1700%에서 1200%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1년 시행을 목표로 두고 있다.

독립보험대리점은 모집수수료를 통해 대리점 운용에 필요한 비용까지 충당하고 있어 보험사 전속설계사와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불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보험사와 수수료 경쟁에서 뒤처짐에 따라 설계사 이탈이 발생해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 모집수수료 개정안의 시행 유예를 목적으로 독립보험대리점들이 불매운동을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김 부회장으로서는 독립보험대리점의 불매운동이 곤혹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는 독립보험대리점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독립보험대리점의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 입을 수 있다.

김 부회장이 수익성 높은 독립보험대리점 채널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은 결과 메리츠화재가 독립보험대리점으로 벌어들이는 매출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3월 기준 메리츠화재의 장기 인보험 원수보험료 가운데 독립보험대리점을 통해 벌어들인 비중은 61.3%로 집계됐다. 2017년 말 56.9%, 2018년 말 60%에 이어 꾸준히 오르는 모양새다. 

불매운동을 막기 위해 성과급을 지출하게 되면 사업비율이 상승한다는 점에서도 부담을 안을 수 있다.

메리츠화재의 2분기 기준 사업비율은 28.4%로 DB손해보험(19.1%), 삼성화재(20.7%), 현대해상(21.4%) 등 경쟁사와 비교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사업비율은 전체 매출 가운데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사업비율이 높을수록 독립보험대리점(GA) 수수료 등 사업비 지출이 크다는 뜻이며 그만큼 수익성도 악화된다. 

김 부회장은 독립보험대리점의 불매운동에 따른 타격을 이미 경험한 적이 있다.

메리츠화재가 전속설계사의 수수료를 월납 보험료의 10배 수준으로 높이자 독립보험대리점은 강하게 반발하며 메리츠화재 불매운동을 벌였다.

불매운동 기간인 2016년 7~10월 메리츠화재가 독립보험대리점 채널로 거둬들인 초회 보험료는 2015년 같은 기간보다 17.3% 큰 폭으로 줄었다.

실적이 크게 줄자 결국 김 부회장은 독립보험대리점 대표들과 만나 이들을 설득하고 성과급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독립보험대리점의 불매운동과 관련해서는 아직 대응방향이 결정되지 않았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