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중기부와 중소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장관은 중소기업들이 소재·장비·부품을 국산화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내 산업 생태계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박 장관은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기부는 기술력이나 제품 가운데 일본을 능가하는 기업의 리스트를 작성해 대기업에 연결하고 있다”며 “대기업으로부터 먼저 필요한 국내생산 희망품목을 40개 정도 받았다”고 말했다.
소재·장비·부품 산업은 중소기업 비중이 높지만 대기업과 비교해 자금과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자체 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게다가 중소기업이 만든 소재·장비·부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수요기업인 대기업이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어 중소기업으로서는 기술을 개발하고도 수익으로 연결하는 데 불확실성도 있다.
이 때문에 박 장관은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소재·장비·부품을 발굴하고 소재·장비·부품 분야에서 기술력과 제품이 뛰어난 중소기업을 찾아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을 연결하는 일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 장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분업적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협의회를 설치해 공동 연구개발, 실증 테스트베드 조성 등 상생과 협력의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후불형 연구개발’ 제도도 검토하고 있다. 특허기술은 보유하고 있지만 자금력 등이 약해 양산체제를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의 기술을 정부가 사서 필요로 하는 대기업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박 장관은 "이미 핵심 소재·장비·부품 국산화 기술을 지닌 중소기업들을 여럿 찾아냈으며 특히 반도체 핵심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를 연말까지 국산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곧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내고 있다.
박 장관이 소재·장비·부품 국산화에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다면 다른 경제부처와 비교해 역할이 미미했던 중기부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재·장비·부품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상황에서 외국에 의존했던 소재·장비·부품 수요를 국내 중소기업들이 흡수해 중소기업들이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면 문재인 정부 들어 신설된 중기부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 장관 개인으로서도 소재·장비·부품 국산화 성과는 앞으로 정치적 위상을 유지하는 데 절실한 과제다.
현직 4선 의원인 박 장관은 내년 4월 총선에 불출마하기로 하며 3월 중기부 장관에 올랐다. 중기부에서 뚜렷한 업적을 내고 행정능력을 입증한다면 다음 정치행보를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겠지만 성과가 미미하거나 추진했던 정책들이 실패하게 되면 정치적 위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로 필요성이 높아진 소재·장비·부품 국산화는 박 장관에게 정치적 승부수이기도 한 셈이다.
박 장관은 1960년 경상남도 창녕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MBC에서 경제부, 국제부, 문화부 기자를 거쳐 경제부장을 역임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대변인으로 임명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17대 국회에 비례대표 의원으로 들어온 뒤 18대~20대 총선에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 출마해 내리 당선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았고 민주당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을 여성 최초로 역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