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은 주식투자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체면이 구겨지게 됐다.
삼성물산 주가가 지속해서 떨어지면서 보유지분 가치가 낮아져 KCC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KCC가 2분기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순손실을 본 주요 원인은 삼성물산을 비롯한 보유지분들의 주가 하락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CC의 2분기 전년 대비 영업이익 감소폭은 1분기와 비교해 다소 줄었다”며 “다만 삼성물산 지분을 비롯한 주요 상장사들의 지분가치 평가손실이 확대되면서 순손실을 봤다”고 바라봤다.
KCC는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8680억 원, 영업이익 530억 원, 순손실 1266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1분기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 132%씩 늘었지만 순이익은 332억 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늘었음에도 보유한 지분들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평가손실 규모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삼성물산 주가 하락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KCC는 삼성물산 지분 9%(약 1700만 주)를 포함해 한국조선해양 지분 6.6%, HDC현대산업개발 지분 2.4% 등 계열사가 아닌 12개 상장사의 지분을 들고 있다.
KCC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분들의 가치는 2018년 말 기준 2조620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 지분 가치를 2018년 12월28일 종가(10만5500원)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1조8천억 원 수준이다. 전체 지분 가치의 70%에 이른다. 나머지 30%는 한국조선해양(20%)과 10개 회사들이 담당한다.
삼성물산 주가는 9일 종가 기준 8만5400원으로 2018년 말과 비교해 20% 가까이 떨어졌다. 단순 계산하면 3600억 원가량의 지분 가치 손실을 안겼다. 같은 기간 한국조선해양 주가도 24%가량 떨어졌지만 삼성물산과 비중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삼성물산 주가 하락이 정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은 과거 주식투자로 수익을 많이 남겨 ‘투자의 귀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4년 제일모직 상장 과정에서 시세차익 560억 원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건자재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보유지분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평가손실이라는 어려움까지 안게 됐다.
삼성물산 주가가 언제 회복세로 돌아설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수사가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봤다.
최대주주와 주요 자회사의 법적 문제가 삼성물산 주가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 부진으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냈는데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로 건설업종 전체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KCC 관계자는 “삼성물산 지분 매각 등에 관해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