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부 고위직에 여자가 없는 줄 압니까? 정말 중요한 순간에 이성적 판단을 못 하니까. 여자들은 다 저렇게 감성적이거든." (영화 '국가부도의 날' 중)

영화 속 배경이 1997년 말 IMF 당시로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이야기인데요. 시간이 흐른 만큼 대한민국 여성임원에 대한 패러다임에도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기업 내 여성임원의 비중은 적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여성임원들을 찾고 있는 기업들이 많은지 이러한 현상은 왜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 방송 : Job Is ?(자비스)
■ 진행 : 이영미 부사장 (커리어케어 글로벌사업본부장) 
■ 출연 : 박선정 상무 (커리어케어 미래사업본부)

이영미(이하 이) : 여성임원이 실제로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가요?

박선정(이하 박) : 국내 100대 기업만 놓고 보면 총수일가와 사외이사를 제외한 여성임원은 2004년엔 13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013년은 114명에서 2018년은 216명으로 5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100대 기업 전체 임원에서 여성임원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기준 3.2%로 늘어났습니다. 

이 : 많이 늘긴 했는데 아직 3.2%밖에 안 되는군요. 그래도 증가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네요.

박 : 네, CJ그룹은 지난해 사상 최대로 두 자릿수 여성임원 승진인사를 발표해 화제가 됐습니다. 그 중에 손은경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본부장과 김소영 바이오기술연구소 소장을 부사장 대우로 승진 임명했는데요.

CJ에 따르면, 그룹 내부 출신 여성이 승진해서 부사장 직급까지 오른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현재 CJ그룹은 여성임원이 총 30명으로 전체 임원 중 10.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 CJ그룹의 여성임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네요. CJ그룹에서는 여성임원 비중을 왜 계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건가요?

박 : CJ그룹의 여성임원 확대에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중에서 투명·혁신경영을 실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대외환경과 윤리·투명경영이 강화됨에 따라 그룹의 전반적 혁신을 꾀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CJ측 관계자에 따르면 "생활문화기업으로서 소비자들과의 접점이 많은데 여성의 시각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이 : ‘여성의 시각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이 부분이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하고 소비의 주체로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기업은 여성의 역할에 대해 신중하게 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다른 분야에서는 여성임원들의 비중이 높아보이지 않는데 어떤가요?

박 : 30대 그룹을 기준으로 보면 여성임원 비중이 높은 업종은 IT전기전자(24.9%), 서비스/여신금융(11.0%), 유통(10.6%) 등의 순서입니다.

반면 GS칼텍스·현대중공업 등 여성임원이 단 한 명도 늘지 않은 기업이 10개나 됩니다. 이 기업들은 정유화학, 중공업, 조선업 등 주로 남성직원 비율이 높은 업종이죠. 

이 : 여성임원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은 여성임원 비율이 OECD 꼴찌입니다. 앞으로도 지속적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현재 여성임원들이 어떤 직무에 많이 종사하고 있나요?

박 : 여성임원의 직무 분야는 경영기획/경영지원(36.3%), 기술(35.1%), 영업/마케팅(17%) 순으로 나타났는데요. 이 중 연구개발과 영업/마케팅 분야에서 여성임원을 영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 영입이라 하면 내부 승진이 아닌 외부 영입을 말씀하시는 거죠. 과거 유능한 여성인재들이 상대적으로 차별이 적은 외국계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인재풀이 형성되었고 이들이 국내 기업에 임원급으로 채용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외부에서 핵심 여성임원을 영입한 사례를 몇 가지 얘기해 볼까요?

박 : 먼저 연구개발 쪽으로는 현대자동차 제품UX기획실 김효린 상무가 있습니다. 김효린 상무는 사용자경험(UX) 분야에서 손에 꼽히는 전문가입니다. 삼성SDS, 실리콘 밸리, LG전자 모바일 사업부 등을 거쳐 2014년에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에 영입되었습니다.
 
마케팅에서는 한미약품에 박명희 전무가 있습니다. 박명희 전무는 LG생명과학, 바이엘/화이자/머크(MSD) 등 세계적 제약사를 거쳐 한미약품에 2011년 그룹 내 마케팅 이사로 영입된 후 전무로 승진한 케이스입니다. 
 
또한 작년 연말에 홈앤쇼핑은 창사 이래 최초로 여성임원인 이정선 TV영업본부장을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이 : 국내 말고 글로벌 상황도 궁금한데요. 글로벌 같은 경우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여성임원의 비중을 아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요.

박 : 구글과 페이스북이 있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여성임원 늘리기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주내 상장회사에 이사회의 여성 비율을 강화하는 법률을 통과했기 때문인데요. 지키지 않으면 최대 30만 달러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서 글로벌기업의 경우 여성임원을 넘어 여성 CEO가 증가하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포춘 500대 기업 중 여성 CEO는 33명으로 또다시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이 :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여성임원이 늘어야 투자유치가 유리해 주가가 오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성의 기업 내 위상이 높아지면서 사회적으로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박선정 상무 커리어케어 미래사업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