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들어 해외수주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는 올해 해외건설 50주년을 맞아 최근 해외에서 누적수주 7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2013년 12월 6천억 달러를 돌파한 지 1년 반 만에 이룬 쾌거다.
하지만 자축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해외건설 업황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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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용 GS건설 사장(왼쪽)과 김위철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해 상반기에 해외 수주액 375억 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6월11일까지 해외에서 235억 달러 수주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나 줄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상반기 수주실적은 47조4205억 원으로 올해 목표의 39%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수주액이 16조7795억 원으로 전체 수주물량의 35.4%에 그친 것이 수주부진의 발목을 잡았다.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해외수주가 저조하다 보니 해외수주 실적이 좋은 건설사들이 전체 수주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GS건설은 8조5748억 원의 수주액으로 상반기 수주 1위에 올랐는데 해외에서만 2조9615억 원을 수주했다. 해외수주 실적만 놓고 보면 2위다. 국내외 수주가 골고루 이뤄지면서 목표 수주액의 72.4%를 달성했다.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의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수주에 힘입어 전체 수주액 2위에 올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상반기 해외에서 5조4864억 원을 수주했다. 2위인 GS건설과 2조5천억 원 이상의 큰 차이를 나타냈다. 그 결과 전체 수주액은 7조5945억 원에 이르렀다.
해외건설 수주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 저유가가 꼽힌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텃밭인 중동지역 건설경기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신규발주가 급감한 것은 물론이고 기존 프로젝트도 줄줄이 연기되면서 중동수주는 지난해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환율전쟁도 영향을 미쳤다. 유로화 약세와 엔저로 유럽·일본 건설사들에게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본 건설사들이 기술력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해외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서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선별수주에 나서고 있는 점도 해외수주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 년 동안 해외 저가수주가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아 왔다”며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전략이 공격적에서 보수적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높은 공사만 선별적으로 수주하고 있다 보니 전체 수주물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국내 주택경기가 호황이다 보니 건설사들이 리스크가 큰 해외사업을 줄이고 국내사업의 비중을 키운 점도 해외수주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주택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대우건설은 올해 주택 3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상반기에 국내에서만 5조 원 이상을 수주했다. 대우건설은 이 덕분에 해외수주액이 전체 수주액의 3%에 그쳤지만 전체 수주실적 3위에 올랐다.
롯데건설 역시 전체 수주의 94.5%를 차지한 국내수주에 힘입어 삼성물산에 이어 전체 수주실적 5위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