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KB국민은행장의 임기는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2년 임기를 마친 뒤 1년의 연임을 보장해줬는데 허 행장 역시 11월 임기가 끝나면 1년의 임기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허 행장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KB국민은행의 기초체력을 다졌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KB국민은행은 올해 들어 다른 은행과 달리 공격적 영업에 나서기보다 내실 위주 경영을 선택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악화된 환경에서 2분기 KB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이 1분기보다 0.0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으며 건전성도 1분기보다 개선됐다”며 “하반기 경기침체,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전반적 건전성이 악화되는 시점에서 차별적 실적을 낼 것”이라고 바라봤다.
허 행장 취임 이후 눈에 띄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달라진 조직문화다.
허 행장은 취임한 뒤 은행은 관료적이고 형식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힘써왔다. 허 행장은 취임 당시 은행권에서 나온 첫 1960년대 태어난 행장이라는 점에서 젊은 KB국민은행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안팎에서 받았다.
특히 여직원 유니폼을 없애기로 한 점은 파격으로 꼽힌다. 원래 자율복장과 유니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는데 올해 5월부터 여직원 유니폼이 완전히 사라졌다. 자율복장이 가능해지면서 일부 고객이 여직원을 무시하던 일들이 줄어 직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KB국민은행에서 회의와 보고도 줄었다. 회의자료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프레젠테이션(PT) 형식으로 만들지 않고 문서 프로그램으로 간단히 작성하도록 했다.
이 밖에 본점 업무공간도 임원실과 부장실을 개방형으로 바꾸고 자리 배치도 팀장과 팀원이 함께 나란히 앉도록 바꾸는 등 수평적 문화를 만드는 데도 공을 들였다.
허 행장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도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회장과 행장 분리경영 2년 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역할을 분담하면서 조율과 화합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회장의 임기가 내년 11월에 끝난다는 점도 허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두 사람이 손발을 맞추는 차원에서 1년 연임을 보장할 것이라는 의미다.
물론 걸림돌이 전혀 없지는 않다.
올해 초 KB국민은행이 19년 만에 파업에 들어갔다는 점은 허 행장에게 오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1월 초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진행된 KB국민은행 총파업에 9천여 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 추산으로는 5500여 명이다.
다만 파업 이후 KB국민은행 노사가 노사 대표자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사제도TFT’를 만든 만큼 L0 직원의 근속기간 인정, 신입행원 페이밴드(직급별 기본급 상한제) 적용 등 쉽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걸음 나아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허 행장은 신한은행에게 내준 1위를 다시 탈환해야 하는 과제 역시 안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17년 8년 만에 신한은행을 제치고 시중은행 가운데 순이익 기준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1위를 신한은행에게 내줬다. 올해는 두 은행이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허 행장이 그동안 무난하면서도 조용하게 KB국민은행의 실적 안정과 조직 안정 등을 이끌어 왔다”며 “윤 회장의 허 행장을 향한 신뢰도 매우 높은 만큼 두 사람이 1년 더 호흡을 맞춰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