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전기차용 폐배터리사업도 미래 성장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폐배터리를 버리면 환경에 해가 되지만 재활용하면 고부가사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따라 늘어나는 폐배터리 재활용방안을 연구 중이다.
전기차가 상용화된 후 1세대 전기차의 배터리 생애주기 일몰이 다가오고 또 친환경에너지산업의 성장으로 에너지저장장치시장이 커지면서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다각적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테슬라,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폐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 생산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미국 테슬라는 이미 미국 최대 태양광에너지업체인 솔라시티 프로바이더와 함께 폐배터리와 중고 배터리를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와 산업용 에너지저장장치로 재활용한 제품을 출시했다.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팩인 파워월(Powerwall)은 7kWh와 10kWh의 두 가지 제품을 갖추고 있으며 솔라시티 프로바이더의 태양광 설치 서비스와 연계가 가능하다.
산업용 에너지저장장치인 파워팩(Powerpack)으로도 활용되는데 kWh 당 250달러로 다른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폴크스바겐은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로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를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2020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는 최대 360Kw의 전력을 저장하고 최고출력은 100Kw에 이른다. 폴크스바겐은 이를 위해 독일 남부에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공장을 건립하기도 했다.
닛산 역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태 때 후쿠시마 지역에 긴급하게 이동식 전기 충전기를 투입했다. 이 전기 충전기에 들어간 에너지저장장치의 배터리는 닛산 전기차에서 수거한 폐배터리를 활용해 만들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움직임도 활발하다.
유럽연합(EU)은 전기차 및 신재생어네지 분야에서 배출되는 리튬이온전지의 수거 및 재활용 의무화를 담은 규정을 만들고 있다.
중국도 전기차 제조사들이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회수하고 재활용을 위한 생태계 모델을 구축하도록 의무화한 '신에너지차 파워 배터리 회수와 재이용 관리 잠정조치'를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전기차를 폐차할 때 배터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해야 한다. 환경부의 ‘대기환경보전법’ 에 따르면 정부 경비를 지원받아 전기차를 구매한 후 노후화되거나 혹은 사고로 폐차할 때 배터리를 해당 주소지의 시,도지사에 반납해야 한다고 명기돼있다.
이는 폐배터리 재사용과 재활용 촉진을 위해 전기차 폐배터리 반납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기차 구매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배터리 활용권한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반납된 배터리 성능을 파악한 후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주도에는 올해 6월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하기 위해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전기차배터리 산업화센터’ 개소식을 열었다. 연 1500대의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한다.
전기차는 친환경차로 불리기는 하지만 배터리가 수명이 다하면 폐기해야하기 때문에 환경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폐배터리가 방치돼서 열을 받게 되면 폭발하거나 화재의 위험이 있고 그냥 폐기할 때는 배터리 소재인 화학물질이 토양에 스며들어 환경을 오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의 교체주기는 7~10년으로 전기차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향후 10년 이내에 전기차용 폐배터리 활용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시장은 2025년까지 전체 판매차량의 19%인 220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40년에는 글로벌 신차 판매량의 55%, 전체 자동차의 33%가 전기차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Lux Research와 독일 Bee 등 시장조사업체와 외신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기차용 폐배터리 누적규모는 1Twh에 이르며 2035년까지 폐배터리의 연간 공급규모는 656GWh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