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이학수 세무조사, 이명박 글랜우드 삼성에 불똥 튈까

▲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최측근이자 삼성그룹의 2인자로 삼성그룹 재무 전반을 관리해 왔던 인물이다. 

최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며 결정적 증언을 이어가고 있어 이 전 부회장의 세무조사 여파는 여러 곳에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이 전 부회장은 올해 초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조사3국은 상속, 증여, 차명재산 등의 조사를 담당하는 곳이다.

이 전 부회장은 삼성SDS 주식과 강남 테헤란로 건물 등을 포함해 조 단위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이 이 전 부회장의 재산 전반을 꼼꼼하게 들여다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부회장의 세무조사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과 관련이 있다. 이 전 부회장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계속하고 있다.

세무조사건을 취재한 곽인숙 노컷뉴스 기자는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핵심 인물인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은 지금까지도 재판에 안 나왔는데 이 부회장은 두 번이나 나와 진술을 했다”며 “(이 전 대통령의 변호사들은) 세무조사가 영향이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월 재판에 처음 나와 이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삼성그룹이 다스 소송비를 지원했다고 증언했다. 17일에는 이 전 대통령의 당선 전후로 두 차례 다스 소송비를 지원했다며 추가 뇌물 혐의까지 시인했다.

이 전 부회장이 불리한 진술을 하자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최근 증인이나 증인 관련 회사가 세무조사를 받고 있느냐”고 물었다. 사실상 세무조사의 압력으로 검찰에 협조적 증언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 전 부회장은 “그걸 제가 대답해야 하느냐”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부회장의 세무조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강 변호사는 한 언론과 통화에서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이 이 전 부회장의 고발을 결정할 수 있다”며 “이 전 부회장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면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회장의 세무조사 여파는 삼성그룹에도 미칠 수 있다. 이 전 부회장의 재산에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런 의혹이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

곽인숙 기자는 “이 전 부회장의 재산 형성 과정이 삼성의 돈이라는 것은 거의 다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 전 부회장이 2008년 삼성 특검에서 ‘그 돈이 내 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2008년 삼성 특검에서 이 전 부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 등 4조5천억 원이 이건희 회장의 차명지분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의도적으로 낮은 가격에 발행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에 동참해 2014년 삼성SDS 상장 때 1조 원 상당의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국세청은 이 전 부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L&B인베스트먼트와 이 회사의 청소·주차 등을 관리하는 용역회사 RCS의 대표이사가 박준석씨로 같은 인물이라는 점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석 대표는 박재용 전 RCS 대표이사의 아들로 박 전 대표는 이 전 부회장의 경남 밀양 고향 선배이기도 하다.

RCS는 삼성반도체와 삼성생명,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청소 용역을 도맡아 하고 있어 삼성과 관계를 놓고 의혹이 제기된다.

이 전 부회장은 부산상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제일모직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에서 재무담당 임원과 회장 비서실장, 그룹 전략기획실장 등을 지냈다. 2011년 삼성물산 고문을 끝으로 삼성그룹을 떠났다.

이 전 부회장은 삼성그룹에서 물러난 뒤 테헤란로 L&B빌딩을 소유·관리하는 L&B인베스트먼트 사내이사를 맡았다. L&B빌딩은 이 전 부회장이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준공한 곳으로 이 전 부회장과 배우자 백운주씨의 이름을 딴 것으로 알려졌다.

L&B인베스트먼트는 이 전 부회장과 백씨, 세 자녀가 공동소유하고 있다. 1990년 설립 자본금은 5천만 원이었지만 두 차례 증자로 자본금이 200억 원까지 늘어났다. 

국세청은 증자 경위와 증자자금 마련 등을 분석했다. 회사가 주주로부터 빌린 장기차입금의 연이율이 적정한지도 들여다봤다. 이 외에 급여와 차량리스비 등 비용처리도 조사했다.

세무조사 결과는 회사 주주인 이 전 부회장의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부회장의 장녀 이상희씨는 회사의 사내이사, 부인 백씨는 감사로 일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의 장남 이상훈 텍사스퍼시픽그룹(TPG) 한국지사 대표와 차남 이상호 글랜우드PE 대표는 금융투자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상호 대표가 이끄는 글랜우드PE는 동양매직·한라시멘트 등을 인수해 투자성과를 거뒀고 지난해 미니스톱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