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뱅크’가 3분기에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다시 도전할까?
키움뱅크 컨소시엄의 대주주인 키움증권,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 등이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거리를 두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키움뱅크가 하반기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인 나온다.
▲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움증권과 하나금융지주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쌓아둔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자사주 매입에 썼을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 |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움증권과 하나금융지주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쌓아둔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키움증권과 하나금융지주는 키움뱅크의 지분을 각각 25.63%, 10% 보유한 최대주주와 2대주주다.
두 회사는 최근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 부양에 힘을 쏟고 있다.
키움증권은 9월까지 405억 원, 하나금융지주는 2020년 6월까지 3천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할 뜻을 밝혔다.
키움뱅크는 3천억 원의 자본금으로 영업을 시작해 1조 원까지 자본금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뱅크가 출범하고 정상영업을 시작한다면 키움증권과 하나금융지주가 준비해야 하는 자금이 각각 2500억 원과 1천억 원에 이르는 셈이다.
하나금융지주는 롯데카드 인수전을 통해 1조 원이 넘는 현금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대량의 자사주 매입에도 1천억 원의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키움증권에게 2500억 원은 지난해 영업이익 2890억 원과 맞먹는 규모의 자금이다.
당장 3분기에 키움뱅크가 금융위원회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는다면 키움증권은 초기 자본금으로 7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키움증권이 1분기 깜짝 실적을 내기는 했지만 주수입원인 주식중개수익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살피면 짧은 시간 안에 마련하기 만만치 않은 금액일 수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준비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 역시 취지의 답변을 했지만 두 회사가 키움뱅크 설립에서 마음이 떠난 것 아니냐는 시선은 늘고 있다.
게다가 SK텔레콤이 최근 보유하고 있던 하나금융지주 지분 2%(610만 주)를 매각한 점도 키움뱅크가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재도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에 힘을 싣고 있다.
SK텔레콤은 하나금융지주 보유지분 전량을 3.5% 할인된 가격으로 외국인들에게 블록딜로 처분했다.
블록딜이 진행된 뒤 5거래일동안 외국인 순매도가 쏟아져 나오며 하나금융지주는 자사주 매입 발표에 따른 주가 부양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SK텔레콤은 5G 설비투자비 마련을 위한 지분 매각이라고 밝혔지만 매각시점 때문에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관계에 변화가 생겨 키움뱅크에도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는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 사태 이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만약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의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면 키움뱅크가 설립을 향한 추진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