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선종이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로 단순화되고 있다.

선박 발주가 눈에 띠게 줄어든 상황에서 수주목표 달성보다는 반복건조효과를 통해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수주 선박 종류 단순화해 수익성 확보에 매달려

▲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27일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초대형 원유운반선 1척을 수주하며 2019년 세계에서 발주된 초대형 원유운반선 11척 가운데 7척을 따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글로벌 초대형 원유운반선 발주량인 40척 가운데 16척을 수주하며 강자로 자리매김했는데 올해도 이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도 올해 글로벌 발주량 23척 가운데 6척을 수주해 수주상황이 나쁘지 않다.

반면 올해 상선부문에서 LPG(액화석유가스)운반선이나 컨테이너선의 수주가 없는데 이는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전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LPG운반선을 12척 수주했는데 2015년에는 2척만 수주했고 2016년부터는 아예 수주물량이 없었다. 컨테이너선도 2015년 11척 수주했는데 2016년에는 한 척도 수주하지 않았다가 2017년과 2018년 합쳐서 12척을 수주했다.

이날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량 포트폴리오는 LNG운반선 38척과 초대형 원유운반선 28척, 컨테이너선 12척으로 구성돼 있다.

LNG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 비중이 확연히 높은데 이는 대우조선해양이 반복건조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수주역량을 두 선종에 집중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소가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인건비나 원가의 절감을 제외하면 반복건조효과를 극대화하는 것뿐이다.

조선소는 동일 선종을 반복해서 건조하는 것으로 도크의 생산라인을 변경하는 비용과 선박 설계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반복건조는 선박 건조기간도 단축할 수 있어 선박 인도시점을 앞당기게 해준다. 더 많은 선박을 수주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에 인도한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모두 같은 사양을 적용해 설계비용을 극단적으로 줄였다.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사업의 영업이익률을 2017년 6.2%에서 2018년 9.8%까지 끌어올리는 데 이 전략이 크게 기여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반복건조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수주 선종을 최소화하고 하나의 선종에 같은 사양을 최대한 적용해야 한다”며 “2018년에는 반복건조효과가 극대화돼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LNG운반선 건조에도 반복건조효과를 볼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카타르에서 확정물량 40척에 옵션물량 40척, 모잠비크에서 확정물량 16척에 아직 최종 투자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15척 안팎의 LNG운반선 발주가 진행된다. 

이들은 모두 프로젝트 단위의 발주로 한 프로젝트에서 발주되는 선박에는 같은 설계를 적용할 수 있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대우조선해양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카타르 LNG운반선의 발주처인 카타르페트롤리엄은 이미 17만 톤급 이상의 선박규모만 지킨다면 세부설계에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특수선부문에서도 수주 군함의 선종을 단순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초계함이나 전투순양함 등 수상함의 건조도 진행했지만 현재는 잠수함에 집중해 수주잔량에 인도네시아에서 수주한 잠수함 3척만이 있다.

현재 수주를 준비하고 있는 특수선도 방위사업청의 ‘장보고-Ⅲ 배치-Ⅱ’사업에 따라 발주될 잠수함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상선부문에서 일부 선종의 수주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해양설비 수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올해 발주가 전망됐던 해양 프로젝트들 가운데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이 서너 개 프로젝트의 수주전에 발을 들인 것과 달리 대우조선해양은 20억 달러짜리 로즈뱅크 프로젝트 하나에만 집중했다. 로즈뱅크 프로젝트는 발주처가 최종 투자결정을 2022년으로 미뤘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기준으로 27억8천만 달러치의 선박을 수주했는데 2019년의 절반이 지나고 있지만 수주목표인 83억7천만 달러의 33.2%를 달성했을 뿐이라 수주목표 달성 차원에서는 해양설비 수주가 필요하다.

그러나 해양설비는 건조가격이 비싸지만 수익성이 좋지 않고 납기를 맞추기도 어려워 사업 불안정성이 크다는 점에서 경영 정상화를 향해 달려가는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감일 수도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2017년 3월 대우조선해양에 2조9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계획을 내놓으며 대우조선해양에 2021년까지 연 매출 6조 원가량을 내고 연결 영업이익률 1% 이상을 보이는 강소조선사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2016년 대우조선해양은 매출 12조8192억 원을 거둔 대형조선사였지만 연결 영업이익률은 –11.9%로 ‘빛 좋은 개살구’였다. 그러나 2018년에는 매출 9조6444억 원을 올렸고 연결 영업이익률은 10.6%까지 끌어올렸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채권단에 강소조선사로의 전환을 요구받은 뒤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진행했다”며 “강소조선사로의 전환은 현재로서는 순조로우며 앞으로도 수익성을 고려한 수주를 쌓아 채권단의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