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생산투자에 60조 원의 거액을 들이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위탁생산공장에도 대규모 증설투자가 진행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미국 위탁생산공장 규모가 커지면 삼성전자가 현지 반도체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는데 더 유리할 수 있고 미국 정부와 협력을 강화해 무역분쟁의 위험성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
31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의 반도체 위탁생산공장에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초까지 텍사스공장에 들인 누적 투자금액은 20조 원이 넘는다.
스테이츠맨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텍사스공장의 장비 반입과 공장 보수에 약 35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계획을 내놓고 지방의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투자는 주로 유지보수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른 시일에 미국에서 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대폭 증설하는 공격적 투자계획을 내놓을 가능성도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시스템반도체 생산시설 투자에만 2030년까지 60조 원을 들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화성사업장에 새 시스템반도체공장을 건설 중이고 평택사업장에도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있지만 60조 원에 이르는 시설투자를 벌이기에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텍사스공장 주변에 상당한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말한다.
삼성전자가 60조 원의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하려면 여러 개의 시스템반도체 생산공장을 새로 지어야 하는 만큼 미국에도 새 반도체공장 건설이 적극적으로 검토될 공산이 크다.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와 AMD 등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시장의 주요 고객사가 대부분 미국 반도체기업임 만큼 삼성전자가 미국에 생산설비를 늘리는 것은 고객사 확보에도 유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고객사의 반도체를 설계 단계부터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시작했기 때문에 미국 기업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 원활한 협력도 가능하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기업의 미국 생산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가 미국에 반도체공장 투자 확대를 검토할 만한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트럼프 정부가 수입관세 인상 등으로 무역규제를 강화하면서 미국 정부와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일이 무역분쟁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
LG전자는 29일 미국 테네시주의 세탁기공장 준공식을 열고 미국시장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공장 설립을 발표했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케미칼의 미국 화학공장 투자 발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환영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세탁기공장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지만 투자한 금액은 4300억 원 정도로 삼성전자의 매출과 사업규모 등을 놓고 보면 크지 않은 수준이다.
반도체공장 건설에 일반적으로 수조 원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텍사스 반도체공장 투자 확대는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을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텍사스 사옥을 확장해 이전하고 미국 통신사 AT&T와 협력해 텍사스 반도체공장에 5G 스마트팩토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꾸준한 투자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