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당시에도 자연재해에 따른 사고라는 입장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했는데 라오스 정부의 공식 조사결과가 정반대로 확정되면 사고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이 최근 그룹 전체의 사회적 가치를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는 만큼 국격을 위한 그룹 차원의 책임있는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셀 수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2018년 7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라오스대사관에서 깜수와이 깨오달라봉 대사에게 라오스 댐 사고와 관련해 구호금을 전달하고 위로의 뜻을 전하고 있다.
안 사장은 해외사업의 경쟁력을 인정받아 SK건설 대표까지 오른 전문경영인으로 지난해 7월 사고 당시 SK그룹을 대표해 라오스에서 사고수습을 이끌었다. 10월 국감 때도 애초 증인으로 신청됐으나 라오스 현지에서 사고를 수습하고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안 사장은 SK건설에서 누구보다 라오스 댐 붕괴사고 현황을 잘 알고 있는 셈인데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놓고 사실관계를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SK건설은 라오스 댐 붕괴사고와 관련해 “예방 가능한 사고였다”는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의 28일 발표 이후 안재현 사장 명의로 즉각 입장문을 내고 조사결과를 반박했다.
안 사장은 입장문에서 “조사결과는 과학적 근거와 자료 없이 경험적 추론에 불과해 동의할 수 없다”며 “명확한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라오스 정부의 원인조사와 검증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진행될 수 있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 하단부 토사 유출 등 사고원인으로 지목된 현상 이후에 나타나는 사후 증거가 목격되지 않았다는 점, 사고원인을 놓고 세계 주요 엔지니어링업체의 의견이 저마다 다르다는 점 등을 들어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반박했다.
상황에 따라 재조사 요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 사장이 이번 사안을 국제적 법적 다툼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SK건설 관계자는 “라오스 정부 등을 상대로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후속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