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위 교수 페이스북> |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 문제는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정신의학기관인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도 아직 유보된 사항이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27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 장기적으로 게임산업 생태계의 엄청난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5일 제72차 총회 분과회의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코드로 등재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질병분류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국내 게임업계는 세계보건기구의 결정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것을 두고 정부부처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민관협의체를 만들어 후속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게임산업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세계보건기구에 이의신청을 하기로 했다.
위 교수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일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임업계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국내 게임산업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걱정했다.
-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이 게임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가?
“영향을 게임 소비자와 게임산업을 나눠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소비자층인 청소년들이 게임을 두고 죄의식을 지니게 되면서 놀이문화로서 게임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 가령 한 청소년이 주말에 게임을 3시간 정도 했는데 학부모는 ‘내 아들이 중독 아닌가’라며 의문을 품고 게임을 보게 되는 것이다.
성인도 마찬가지이지만 누구나 상황과 시기에 따라 게임을 더 할 수도 있고 덜 할 수도 있는 것인데 죄의식을 지니게 된다."
- 게임업계 매출에 크게 영향을 미칠까?
“언론에서 게임업체들의 매출 감소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본질이 아니다. 게임업계는 앞으로 성인용 게임 개발에 치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게임이 질병으로 분류되면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놓고 규제정책이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는 아무래도 성인보다 청소년의 게임 이용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 게임에 ‘중독’ 딱지가 붙으면 게임업계는 청소년 게임 개발에 소극적으로 나서게 되고 차라리 성인 게임을 늘려 문제를 피해가려고 할 것이다.
점차 스토리가 탄탄하고 좋은 청소년용 게임이 사라지고 게임산업 경쟁력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
위 교수는 게임개발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게임 문화에 죄의식이 들어가면 개발자는 생산자로서 자괴감을 갖게 된다”며 “현재도 개발자들이 줄고 있는데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게 되면 개발자의 감소추세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세계보건기구의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면 어떤 점에서 그런지?
“미국 정신의학회는 독자적 질병분류표에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을 두고 의견을 유보하고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세계 최대 정신의학회로서 가장 권위있는 정신의학 기관이라 할 수 있다.
이 학회에서 게임과 뇌의 연관관계를 두고 찬성과 반대가 엇갈려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유보하고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분석에 따르면 게임중독은 카페인중독과 비슷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나?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놓고 분명한 반대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을 대단히 환영한다. 보건복지부도 미국 정신의학계 등의 학술적 견해를 받아들이고 게임업계의 상황을 고려해 후속조치를 준비했으면 좋겠다."
위 교수는 이해관계 때문에 이익집단들이 게임중독 문제를 정치적 논쟁으로 만드는 것을 비판했다.
그는 “이익집단들이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쟁점화한다”며 “게임중독이 정치적 논란으로 확대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1964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도쿄대학교에서 경제학연구과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소프트웨어진흥원 디지털콘텐츠자문위원회 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기능성게임포럼 교육분과장 등을 맡은 경험이 있다.
현재 사단법인 콘텐츠경영연구소장과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 등을 겸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