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곤 젬백스앤카엘 대표이사가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도 실패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도전한다.

송 대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GV1001’을 개발해 현재까지 완치제가 없는 치매를 정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송형곤, 글로벌기업 실패한 치매 치료제 개발에 젬백스앤카엘 도전

▲ 송형곤 젬백스앤카엘 대표이사.


2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던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들이 최근 연이어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젬백스앤카엘의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서서히 발병하여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병이다. 치매 환자의 60∼80%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츠하이머는 발병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환자들의 유전적 특징도 천자만별이어서 세계적 바이오제약기업들도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올해 1월 알츠하이머 치료제 ‘크레네주맙’의 임상3상을 중단한 데 이어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도 3월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카누맙’의 임상3상을 중단했다. 2003년 알츠하이머 완화제 ‘나멘다’가 미국에서 판매승인을 받은 것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치료제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젬백스앤카엘의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인 GV1001이 전임상시험에서 중증도 이상의 알츠하이머에 뚜렷한 개선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전임상시험에서 기존 치매 완화제인 ‘아리셉트’와 비교해 인지능력 개선에서 비교 우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는 올해 3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임상연구를 했던 경험이 있는 교수 출신이기 때문에 젬백스앤카엘이 진행해 온 알츠하이머 전임상연구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며 “임상시험이 종료된 환자 가운데 GV1001의 추가 투약을 원하는 환자들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젬백스앤카엘은 올해 3월 GV1001의 국내 임상2상 환자 모집을 마쳤으며 5월 초에는 미국에서 임상2상 승인을 받았다. 9월부터는 미국에서 임상2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 대표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장과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을 지낸 의사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송 대표는 영국에서 진행했던 췌장암 치료제의 임상3상 실패로 어려움을 겪던 젬백스앤카엘에 2015년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그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알츠하이머분야가 젬백스앤카엘의 도약을 이끌 것으로 판단해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

알츠하이머는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난치성 질환으로 꼽힌다. 신약의 발전 등으로 사망률이 낮아지고 있는 다른 질병(유방암, 심장병, 뇌줄중, 에이즈 등)과 달리 알츠하이머의 사망률은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국제연합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증상을 5년가량 늦추기만 해도 향후 환자 수가 약 40% 감소하고 3670억 달러(약 434조5천억 원)의 의료비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는 만큼 상용화에 성공만 하면 글로벌 블록버스터(매출 1조 원 이상)이 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글로벌 제약사들도 기술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임상시험을 다 마치지 않더라도 효과와 안전성만 인정되면 비싼 가격에 기술이전을 할 수도 있다. 

송 대표는 미국에서 임상2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임상3상 승인을 받은 뒤 기술수출을 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승규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글로벌 임상시험이 연거푸 실패하면서 발병의 근본적 원인과 새로운 바이오마커(몸 안의 변화를 알아내는 지표)에 관한 수요가 이전보다 커진 상황”이라며 “개발이 어려운 만큼 가능성만 확인된다면 투자자들의 기대가 폭발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