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인터넷전문은행 재도전에 나서지 않고 디지털플랫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쓴다. 

‘신한SOL’과 ‘신한페이판’ 등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이 1천만 명에 가까운 가입자 수를 확보한 데다 스타트업 발굴을 통한 새 디지털 기술 확보전략도 순항하고 있는 만큼 굳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필요성이 크게 낮아졌다.
 
신한금융지주, 인터넷은행 참여 대신 자체 플랫폼 강화로 가닥잡아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27일 “현재로서는 그룹 플랫폼과 디지털 채널을 강화해 고객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키움뱅크와 토스뱅크에게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내주지 않은 뒤 올해 3분기에 다시 예비신청을 받기로 했지만 참여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이다.

올해 초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와 컨소시엄을 꾸렸다가 의견 차이로 결별한 뒤 다음 기회를 노리겠다던 태도와 사뭇 달라졌다.

신한금융지주는 애초에 쇼핑, 부동산, 유통, 배달, 여행 등 종합생활플랫폼을 꾸리는 데 인터넷전문은행을 하나의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많은 고객들이 계속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가 최근 수년 동안 추진해온 디지털 전환전략에 따라 모바일뱅킹앱 ‘신한SOL’과 지불결제 모바일앱 ‘신한페이판’ 등 그룹 플랫폼이 빠르게 안착하면서 굳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내놓은 새로운 서비스도 시간이 지나면서 각 플랫폼을 통해 모두 갖춘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적 매력도 크지 않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를 이용한 계좌이체 서비스나 중신용자를 겨냥한 중금리대출상품, 간편환전서비스, 공인인증서가 필요없는 로그인 등은 ‘신한SOL’ 등에서 대부분 서비스되고 있다.

‘신한SOL’ 가입자 수는 올해 3월 말 기준 900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현재 부동산, 자동차, 여행, 야구 등과 관련된 금융 및 비금융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취미생활 및 체험활동 일일강좌를 신청할 수 있는 ‘쏠 클래스’도 내놓으면서 단순 금융서비스를 넘어 종합생활 플랫폼에 한걸음 다가가고 있다. 

지급결제 플랫폼인 ‘신한페이판’과 그룹 계열사의 주요 금융서비스 100여 개를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인 ‘신한플러스’ 가입고객 수도 올해 3월 각각 1천만 명을 넘어섰다.

토스(1100만 명)나 카카오뱅크(850만 명) 등과 비교해보면 이미 새 플랫폼이 아니어도 신한금융의 디지털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충분한 고객층을 확보한 플랫폼을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고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디지털 기술도 그룹의 핀테크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신한퓨처스랩’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신한퓨처스랩은 핀테크 스타트업의 생태계 구축을 위해 신한금융그룹이 2015년에 국내 금융권 최초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신한금융은 올해 4월 ‘신한퓨처스랩’ 육성기업의 범위를 핀테크에서 4차산업혁명 관련 유망기업으로 넓히고 앞으로 5년 동안 25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직접투자하는 등 신한금융를 주축으로 하는 디지털 생태계를 꾸리기로 했다.

올해 초 비바리퍼플리카와 의견차이로 컨소시엄에서 발을 뺐던 사례도 있는 만큼 다른 주주와 손발을 맞춰야하는 인터넷전문은행보다는 신한금융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디지털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을 향한 금융당국의 높아진 눈높이를 감안하면 신한금융이 플랫폼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손잡을 만한 파트너사들도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신한금융지주는 자체적으로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 강화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