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익명형 모바일 메신저 '시크릿'도 군침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뉴시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익명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선두주자인 ‘시크릿’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활용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한 인수 시도로 보인다.  미래 글로벌 IT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저커버그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


포춘(Fortune)은 8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이 지난주 시크릿에 1억 달러(약 1042억원)를 제안하며 인수 의사가 있음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IT전문 블로그인 리코드(Re/Code)도 두 회사가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고 말했다.


이런 보도가 나오자 페이스북은 아직 두 회사 사이에 인수와 관련된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시크릿은 올해 2월부터 애플 앱스토어(애플의 어플리케이션 마켓)를 통해 출시된 신생 모바일 메신저다. 시크릿은 철저히 ‘익명성’에 초점을 맞췄다. 사용자의 스마트폰 주소록에 저장된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점은 기존 모바일 메신저와 동일하다.


하지만 시크릿에선 모든 게시글과 댓글이 익명으로 표시된다. 작성자가 올린 글은 주소록에 등록된 사람들에게 실명이 아닌 ‘친구’나 ‘친구의 친구’라고만 보인다.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아이디나 이름 없이 접속된 거주지만 표시될뿐이다.


시크릿은 신생 어플리케이션이지만 벌써부터 인기몰이중이다. 뉴욕타임즈는 지난달 18일 “시크릿은 출시된 지 두 달이 안 됐지만 얼리어답터들과 기술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크릿 개발사는 지난달 14일 구글 벤처 등 실리콘벨리의 여러 벤처 캐피탈로부터 860만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받았다. 미국 IT 전문 매체인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시크릿의 기업 가치는 4천만 달러(약 418억 원)에 이른다.


시크릿 개발사는 겨우 창업한지 2년도 되지 않은 스타트업(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이다. 현재 시크릿이란 모바일 메신저 어플리케이션 한 개만을 앱스토어에 올린 상태다. 광고와 같은 수익모델도 따로 없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이 익명 SNS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시크릿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커버그, 익명형 모바일 메신저 '시크릿'도 군침  
▲ 저커버그가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익명형 SNS '시크릿'

시크릿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실명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SNS에 이용자들의 점차 피로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은 자신의 모든 정보가 노출되고 기록이 남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소통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저커버그 역시 페이스북의 단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저커버그는 그동안 실명을 기반으로 하는 페이스북을 운영하면서 온라인 정체성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커버그는 지난 1월30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실제 정체성(real identity)에만 집중할 필요가 없다”며 “앞으로 10년 후면 페이스북은 실명성과 익명성의 균형이 잘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온라인에서 익명성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페이스북은 익명으로 로그인을 하는 기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춘은 저커버그가 시크릿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시크릿의 익명성 기능과 페이스북이 보유한 방대한 개인정보가 결합되면 두 회사가 높은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저커버그가 최근 잇달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들은 인수하는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약 1조400억 원)에 사들였다. 지난달 가상현실 기기업체인 오큘러스VR을 무려 23억 달러(약 2조4674억 원)에 인수했다. 두 회사 모두 2012년 창업한 신생 기업들이다.


포천은 다만 현재 페이스북이 제시했다고 알려진 1억 달러의 금액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포천은 페이스북이 시크릿에 더 많은 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페이스북이 지난 스타트업 인수전에서 높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에 시크릿이 지금 보다 많은 금액을 기대한다는 것이 한 이유다. 또 시크릿이 차기 트위터의 자리를 꿰찰지도 모른다는 시장의 기대가 큰 만큼 최대한 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여기에 구글 벤처스와 다른 투자자들도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여 인수금액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